그날 새벽 그대 자고 간 여자의 원피스 위에 팔 하나 잘린 채 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벌써 세 시예요새벽이 창을 넘어와 나를 이끌고산성 너머 마을버스 종점 앞 가게 마루에취해 쓰러진 늙은 남자의 속으로 나를 들여 보냅니다 ‘잘 있다’고 안개가 비껴 흐르며 겨우내 헐려 나간시민아파트 잔해의 안부를 전해 주네요 그대 귀속에 강물처럼 고요한새벽녘 먼데 개 짖는 소리 늙은 남자를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만슈미즈 위에 끈적하게 흐르는 검붉은 체액 그저 축축해지면 자라 나오는 달개비 줄거리 노란 원피스 위에 물들이면아주 잘 어울릴 거라며 말하던 알바트로스 (1999년)
대승⁕ 절 담 위에 돌탑 쌓고나이테 지워 온 千年하늘가 개상사화 피운 그대에게石佛께 부탁하여 雲橋를 건너오 -야! 문 좀 열어오동나무에서 나오는 소리 좀 듣게사막의 모래를 움켜다가펄럭이는 깃발에 힘껏 뿌려봐옆구리 가죽 찢어 비파를 연주하며부엌 쓸던 빗자루 수수꽃 피워배고픈 새에게 부탁하여 산 너머보숭한 비탈밭 모퉁이에 새살림 채려봐 그림자만 날아가고 남은 새와이야기할 때 나의 그림자는 나를 찾아뒷산 언덕을 넘어간다새의 그림자와 내 그림자의 邂逅相逢을 위해또, 다시 千年 …… ⁕대승 ; 大乘, 큰업(嶪)을 해원하는 법. (1998년)
오체투지 과녁을 그릴 테니 쏘아 보세요주사기 속에 든 정액을 혈관에 섞어슬프거든당신의 입속에 흘려 넣고방금 난 총알구멍으로 총 쏜 자를 보세요식지 않은 총구속 그의 내장이 보여요남은 총알들 교미에 질투로 떠는 방아쇠손톱 밑에 박힌 닭의 부리를 뽑아 말하게 하세요깃발에서 읽어낸 바람의 침묵건너다 못 건널 강물의 미소바가지 쓰고 비 맞는 아이메꽃 넝쿨에 목을 맨 암탉대롱 속 포르말린 뿜어나오는 새벽귓속에서 물레방아 돌아가고장위동 로타리 좌회전 신호등엔 자신을 닮은실러캔스가 살아요털끝과 혈관과 쓸개와 염통과 방광을 대지에 던지고키스하던 푸른 안개벼락 친 대추나무 비늘 후드득 떨구어나무에 불붙고 나무는 육신을 육신은 바람을바람은 나를태워 아무것도 없게 하여 …… (1998년) ⁕오체투지 ; 五體投地
말을 걸겠다 나무들은 어디엔가 기다란 촉각을 늘여놓고잠자는 척 눈 감았구나비탈밭과 평행으로 내려꽂히던새매의 흔적처럼 혼을 허공에 스치며거리를 가로질러 벌거벗고도 부끄럽지 않은숲속의 사람들에게 다가가시간의 진한 냄새를 던지려 할 때어느 날은정수리에다 입을 비집고 생각나는 것을 쏟아 올려 보고하강하는 그것들에 우산 없이 젖고 싶을 때새들의 넋두리와 목말라하는 영혼들의 슬픔감싸 안은 검은 산검은 피 깊게 흐르는 산을 넘자고여름내 고춧골 덮었던 비니루 캐내어대나무 깃대에 매어 세우고말을 걸겠다 (1998년)
총살 오늘까지 보낼 감방 저쪽 빈터엔은사시나무 하나 담담하게 섰습니다가지에 앉은 까치, 은 · 수 · 원 · 사 · 시 라고 까각 대지만나무는 굳이 은사시나무를 고집합니다 사형수는 오늘 처음 빈터에 나왔고갚지 않아도 될 빚처럼 가벼운 햇살은사시나무의 잎과 사형수의 얼굴에고르게 나눠 비치었습니다천조각이 얼굴에서 그 가벼운 햇살을 치워주었고저격수들은 방아쇠를 당겼습니다가슴을 떨며 까치는 날아가고 사형수가 기대섰던 햇살 반짝이는 은사시나무는울리고 흩어진 총소리에 더욱 담담합니다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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