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모니 부처님 시대에 인도 코살라국의 수도인 슈라바스티에 키사 고타미라는 여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고타미가 본명인데 너무나 야위어서 ‘키사(야윈)’라는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그녀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결혼해서 좀처럼 아기가 생기지 않다가 아주 어렵게 얻은 아이였습니다. 얼마나 정성을 쏟고 한없는 사랑으로 키웠는지 웬만한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죽고 말았습니다.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한창 귀여울 때 아이가 돌연사를 한 것입니다. 고타미는 아이의 시체를 품에 안고 슈라바스티 거리를 정처없이 헤매고 다녔습니다. “제발 우리 아이 좀 살려주세요. 누구 약을 갖고 있는 사람 없습니까?” 그녀는 미친 듯 절규하며 돌아다녔..
그럼 이제 슬슬 《반야심경》의 본문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觀自在菩薩 行深般若波羅蜜多時 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반야심경》의 첫 문장입니다. 《반야심경》은 전체가 300자도 되지 않는 짧은 경전인데, 그 정수가 바로 이 25개의 글자로 이루어진 첫 문장에 응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25개의 글자를 정확하게 이해하기만 한다면 《반야심경》을 다 안 것이라고 단언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대충 해설해보면, “관자재보살이 반야바라밀다를 깊이 행하실 때 오온이 모두 공하다고 비추어보고 모든 괴로움과 액난을 건너셨다.”라고 읽습니다. 좀더 간단하게 말하면, “관자재보살이 모든 괴로움과 액난을 건너셨다.”라는 말이 됩니다. 관자재보살이 주어고, ..
**느긋하게 걷기 보살은 대승불교를 상징합니다. 소승불교의 대표가 출가자라면, 대승불교의 대표는 재가자여야만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소승불교는 출가자가 아니면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승불교는 ‘출가 지상주의’ 불교입니다. 대승불교는 출가가 아니면 안 된다는 소승불교의 그 집착을 혐오했습니다. 집착을 미워한 대승불교가 반대로 ‘재가 지상주의’를 부르짖는다면 좀 우스운 꼴이 되고 말 것입니다. 따라서 대승불교의 보살은 재가자여야만 한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출가자라도 좋습니다. 상관없습니다. 누구든 ‘진리의 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모두 보살인 것입니다. 출가도 재가도 남자도 여자도 어른도 아이도 불교인은 모두 보살입니다. 보살에 대해서 《반야심경》은 이렇게 말하고 있..
자, 이제 슬슬 《반야심경》을 읽어나가 볼까요?먼저 제목부터 짚어봅시다. 《반야심경》의 정확한 이름은 《불설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佛說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불설’이라는 두 글자를 붙이기도 하고 붙이지 않기도 합니다. 불교의 경전은 ‘불설’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생략해도 괜찮습니다.하지만 조금이라도 불교를 공부해보신 분들이라면 대승불교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세상을 입멸入滅한 뒤 300년 내지는 500년 뒤에 새롭게 출현한 불교라는 사실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반야심경》은 대승불교의 경전이기 때문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직접 설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불설’은 좀 억지가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이와 관련해서는 조금 설명을 해드려야겠습니다.사실 대승불교와 소승불교는 석가모니 ..
《반야심경》은 관세음보살의 경전입니다.관세음보살의 경전으로는 매우 유명한 《관음경觀音經》이 있습니다. 그러나 《반야심경》도 관세음보살의 경전입니다. 관세음보살을 줄여서 관음보살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때 ‘보살’이라는 말은 ‘부처님에 버금가는 존재’라는 의미입니다.《관음경》은 독립된 경전이 아니라 《법화경》의 일부입니다. 《법화경》을 번역한 사람은 구마라습 삼장鳩摩羅什三藏인데, 그는 ‘관세음보살’이라고 번역했습니다. 하지만 《반야심경》을 번역한 현장 삼장玄裝三藏은 경전의 첫머리에서도 볼 수 있듯이 ‘관자재보살觀自在菩薩’이라고 번역했습니다. 관세음보살도 관자재보살도 원어인 산스크리트는 똑같은데 역자가 다르기 때문에 표기가 다르게 되었을 뿐입니다. 따라서 《반야심경》도 《관음경》과 똑같이 관세음보살의 경전인 것..
박쥐는 초음파를 내어서 사물을 봅니다. 아니 본다기보다는 듣는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릅니다.백과사전에 따르면 박쥐는 5만 헤르츠에서 10만 헤르츠에 이르는 초음파를 매초 여러 차례 내지는 수십 회 규칙적으로 내어서 그 반향을 귀로 듣고 장해물이나 사냥감을 탐지한다고 합니다.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로봇 쪽에서 전파를 쏘아서 그것이 되돌아오는 것을 탐지해서 물체를 확인합니다.불교에서는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는 것도 이와 똑같은 원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불교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사물을 볼 때 사물이 보내는 빛을 우리 쪽에서 수신자의 입장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쪽에서 뭔가를 발하면 그 뭔가가 물체에 닿은 뒤 되돌아오는 것을 감지해서 사물을 본다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해낸 비유이므로 우리..
아주 넓고 큰 강이 있습니다. 강 이편은 ‘차안此岸’이고 강 저편은 ‘피안彼岸’입니다. 불교에서는 차안을 ‘사바’라고 부릅니다. 사바는 어리석고 번뇌가 가득 찬 세계입니다. 그와 달리 피안은 깨달음의 세계입니다. 번뇌의 불이 꺼진 세계가 피안입니다.불교는 우리에게 어리석음과 번뇌의 차안을 버리고 강을 건너 깨달음의 피안에 도달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반야심경》도 우리에게 그렇게 명하고 있습니다.왜 우리는 피안으로 건너가야만 하는 것일까요?그것은 차안에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려면 무조건 피안으로 건너가야만 합니다.차안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욕망이 있습니다. 그 욕망은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은 욕망을 비롯하여 명예욕이..
《반야심경》은 ‘지혜’의 경전입니다.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본 남북조시대에 간잔 에겐(關山慧玄)이라는 임제종의 선승이 있었습니다. 이 스님이 아마 미노(美濃)의 산 속에 은거하고 있을 무렵일 것입니다. 어느 날 느닷없이 큰비가 쏟아지더니 대웅전에 비가 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제자들에게 명했습니다.“비가 새는구나. 빗물 받을 것 좀 가지고 오너라.”제자들은 앞다투어 부엌으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이 절은 떨어지는 빗물을 받을 그릇조차 없는 매우 가난한 절이었습니다. 여기저기 찾아보아도 빗물 받을 그릇이 보이지 않자 제자들은 빈손으로 간잔 에겐 스님에게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절에는 아주 재치 있는 어린 스님이 있었습니다. 이 스님의 이름은 기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임시로 ‘..
《반야심경》은 오늘날 불자들이 가장 많이 읽는 경전입니다.“불교 경전은 몇 종류나 됩니까?” 때때로 이런 질문을 받곤 하는데, 불교 경전의 경우 정확하게 그 수를 헤아리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여러 학자들의 의견을 참고해서 말씀드린다면, 대충 3천 종 정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3천 종이나 되는 경전 가운데는 그 이름조차도 알려지지 않은 것이 대부분입니다. 전문 불교학자들이 모르는 경전도 아주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경전은 아마 3천 종 가운데 1퍼센트인 30종 정도밖에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헤아려보아도 100종은 넘지 않을 것입니다.그 중에서도 불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경전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반야심경》입니다. 《반야심경》은 지명도가 가장 높은 경전입니다. 종파를 막..
저자 서문│관점을 바꾸면 인생이 즐겁다·4 제1강 매력의 원천·11 제2강 빗물과 소쿠리·13 제3강 미다스왕의 손·17 제4강 인식파·20 제5강 관세음보살의 경전·24 제6강 모습이 없는 부처님의 설법·27 제7강 칸다타의 거미줄·31 제8강 키사 고타미 이야기·35 제9강 지혜의 완성·39 제10강 후글리강의 저녁 풍경·42 제11강 현장 삼장의 번역·46 제12강 급한 성격의 실체·49 제13강 자유자재로운 사람·53 제14강 관점의 혁명·56 제15강 두 남자의 소원·59 제16강 내가 변하면 대상도 변한다·63 제17강 끔찍한 지혜·67 제18강 사리자는 누가 불렀는가·70 제19강 조롱당하는 사리자·73 제20강 오징어와 낙지·76 제21강 벌거벗은 임금님·79 제22강 긴머리 여학생·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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