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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
과녁을 그릴 테니 쏘아 보세요
주사기 속에 든 정액을 혈관에 섞어
슬프거든
당신의 입속에 흘려 넣고
방금 난 총알구멍으로 총 쏜 자를 보세요
식지 않은 총구속 그의 내장이 보여요
남은 총알들 교미에 질투로 떠는 방아쇠
손톱 밑에 박힌 닭의 부리를 뽑아 말하게
하세요
깃발에서 읽어낸 바람의 침묵
건너다 못 건널 강물의 미소
바가지 쓰고 비 맞는 아이
메꽃 넝쿨에 목을 맨 암탉
대롱 속 포르말린 뿜어나오는 새벽
귓속에서 물레방아 돌아가고
장위동 로타리 좌회전 신호등엔 자신을 닮은
실러캔스가 살아요
털끝과 혈관과 쓸개와 염통과 방광을 대지에 던지고
키스하던 푸른 안개
벼락 친 대추나무 비늘 후드득 떨구어
나무에 불붙고 나무는 육신을 육신은 바람을
바람은 나를
태워 아무것도 없게 하여 ……
(1998년)
⁕오체투지 ; 五體投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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