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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새벽
그대 자고 간 여자의 원피스 위에
팔 하나 잘린 채 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벌써 세 시예요
새벽이 창을 넘어와 나를 이끌고
산성 너머 마을버스 종점 앞 가게 마루에
취해 쓰러진 늙은 남자의 속으로
나를 들여 보냅니다
‘잘 있다’고 안개가 비껴 흐르며 겨우내 헐려 나간
시민아파트 잔해의 안부를 전해 주네요
그대 귀속에 강물처럼 고요한
새벽녘 먼데 개 짖는 소리
늙은 남자를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만
슈미즈 위에 끈적하게 흐르는 검붉은 체액
그저 축축해지면 자라 나오는 달개비 줄거리
노란 원피스 위에 물들이면
아주 잘 어울릴 거라며 말하던 알바트로스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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