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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연대기的 산책>은 神이신 스승 아라가비 님의 손을 잡고 안내해 주시는 대로 걸어온 내 生의 행로에서 겪은 이야기입니다. 고타마 부처님의 환생자로 태를 목에 감고 태어나 자라며 중원의 천등산 매봉의 산소 보던에서 구름처럼 달려내려오는 힁 양떼의 우두머리에게 옆구리를 받치고 잠에서 깨어 느낀 옆구리의 아픔과, 나를 뛰어 넘은 검은 표범과 가슴을 열고 해원했을 때 날아간 유폐되었던 제비와 팽고리와 북과 공으로 일어나 도리와 잇는 기운의 용오름과 통찰하는 눈과 움직임의 봉황과 봉황이 깨워내는 흰 빛 알 속에 흰 빛 원신과 자신을 합하여 내려 깨운 물과 뭍과 오색의 수련과 오색의 수련들을 만개의 연꽃으로 날려 장엄한 세계와 나의 팔을 물고 가르치려는 푸른 은빛 늑대와 서늘한 그늘의 보라색 아네모네와 잠에서 깨어 감미로운 물결 속에 든 연화지와 적멸하는 태양화와 나의 몸을 통해 나투어 산과 하늘에 비치며 나를 이끄신 色의 스승 노랑나비와 금빛과 오페라와 패철을 돌릴 때 몸에서 낸 香과 음공으로 낸 소리와 노래와 손과 몸짓으로 낸 불타와 다키니의 수인과 관세음보살의 가피 티베트의 무지개와 오색구슬을 담은 금빛 물고기의 환타지와 천계와 지옥계의 초월세계를, 현실의 인연을 따르는 삶 속에서 스승 아라가비 님의 마음 안에서 안내해 주신 수많은 현실과 초현실의 스승들을 만나며 열어온 하늘세계입니다. 수행의 현실 산책길은 악마인 鬼 김영태의 유혹과 장애속에서 만나는 인연들과 산책하며 영태의 꺼풀들를 벗겨주고 벗으며 풀어온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年代記的 散策

 

 

 

몸의 왼쪽엔 슬픔이라는 유역이 있다

그곳은 한 세상으로부터 온 길이 끝나고

다른 세상으로 향하는 길이 시작 된다

게딱지같이 빳빳한 가슴팍이

녹아내리는 날이 생겨나고

숲의 입김이 새에 실려 날아가는 곳

 

 

 

1

 

거울이 거울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나는 미끄러지는 거울에 착 달라붙어

거울 속으로 같이 들어갔다

한 사람이 자신은 한 장의 종이라고 했다

그러나 안을 수조차 없이 얇은 사람은

여럿의 그림자를 갖고 있어서

그의 세상은 모든 그림자가 유효했다

 

 

2

 

미끄러져 들어간 세상은 수레국화가 지천인

산언저리 비탈밭이었고 그곳에는 난장이들이

재주를 넘고 있었다

마지막 난장이가 내 앞으로 와서

재주를 넘을 때 세상은 일식에서 깨어나고

나비 하나가 하얀 선으로 날아올랐다

 

 

3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바람도 또 하나의 개체라

아픈 내 살 말고도 아픔이라는 번짐이

나를 안고 바람결처럼 힘을

주었다 빼기를 반복하며 나의 떨림을

자각하곤 했다

몸살이 끝난 날 나에겐 오늘이고

그에겐 기약 없어진 날이다

 

 

4

 

폐 속에 매운 연기를 가두는 것은

영혼이 슬프기 때문이다

영혼이 슬픈 건 풀어야 할 매듭에

빈 의자 하나와 가로등 하나가

머물러 선 때문이다

간지럼이 아쉬움일 때 슬픔으로 가고

아픔이 고마움일 때 반가움으로 온다

나를 감싸고 스미는 아픔아

너도 존재다

 

 

5

 

길 하나가 둘로 나뉘고 있다

네 손을 놓고서 너의 걷는 모습이

바라다 보이는 옆길을 따라

걷는 꿈

길이 지나는 곳에 있는

물속 폐사지를 산책하는 것은

구름 한 점이 그림자 하나를

태양에 비춰 보여줄 때

발끝에 차이는 기와 부스러기가

한때는 여러 그림자를 숨겨주고

그들을 자신 안에 유폐시켰던 때를

마주하는 것이다

빈 의자에 잠시 앉을 때 물고기 하나

구름마냥 헤엄쳐 와서 나 여기 온 것을

반길 입맞춤,

 

 

6

 

사람이 살지 않는 무채색 마을에서

어느 집 앞을 지날 때 집안엔

먼지 낀 유리와 비닐로 만든 낡은

네 개의 문이 있다

마당은 시멘트로 싸바른지 오래된

수조와 같아서 한 때는 짐승을 잡고

피와 오물을 물로 씻어내었음 직하다

맨 오른쪽 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고

종이테이프를 몸에 감은 오리가 가득하고

몇 마리는 바깥으로 기어 나온다

 

 

7

 

이 집은 지금 설치미술 하는 세간에 꽤 알려진

작가의 작품이고 전시명이 삼원법이다

작가는 고원이라 적힌 첫째 방 유리문 안에

손을 넣으며 설명하다가 예술이라는 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라고 말했다

나는 일견 맞는 말이라고 동의하며

벼와 같은 외떡잎식물이 가득한 둘째 방

유리문을 가리키며 심원이 가장 어려울텐데

실제 표현은 쉽다며 마치 작가의 의중을

잘 꿰뚫는다는 듯 말을 걸자 흠칫 놀란다

 

 

8

 

평원의 방은 모래가 든 사막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고원의 방엔 종이띠로 만든

고리가 들어있는데 구체적 표현법보다는

눈이 열려야 하는 것이라고 말을 하려는데

꿈이 깨어버렸다

그런데 웬걸 무채색 마을과 낡은 폐가는

너의 현실이란다

 

 

 

9

 

어제 밤 잠 들 때 마당 저편에서

초여름 밤 농탕질을 하는 것이거나

야수에게 물린 채 저항하는 것인지

고라니가 시끄럽게 울었다

 

어슴푸레한 게 새벽 네 시쯤 되었겠다

눈을 뜨니 빨간 보일러 조절등 외엔

집안은 아직 무채색이라 꽤 괜찮은

그림이 나온다

저기 따로 펴놓은 이불위에

고라니 하나가 누워있다

 

 

10

 

수육하려고 된장 푼 물에 담가놓았던

고기 덩이들이 상한 것 같아서 손질하려는데

부패한 냄새에 진저리가 쳐지고 눈물이 났다

고기를 묵정밭에 묻으며 시체였구나 싶었다

如江 왼쪽엔 슬픔이라는 유역이 있다

그곳엔 어제로부터 온 길과

내일로 향하는 길이 들고 난다

길은 쾌감이고 아픔,

모로 누워 잠깨는 새벽녘

소리 없이 배어나오는 눈물이

흘러가는 길이다

썩은 고기냄새에 진저리를 치며

명치를 타고 드는 길이다

 

 

11

 

몸을 좌우가 아니라 전후로 나눈다면

그 단면은 해와 달의 관계면 쯤 되겠다

두 단면이 서로 붙을 때 거울 속 현실은

저승의 하는 休止期이니

저승의 색이 숨은 이승이건만,

아물었던 단면의 금이 생겨날 때

전생이든 후생이든 살아나 일렁이는

갈대바람의 길이다

위험한 금을 따라 저 안을

열 것인가 덮을 것인가

 

 

12

 

장마 비가 터지는 밤은

모든 것이 야위고

모든 마음은 얇아지고

곳곳의 그늘은 느려진다

오직 발 많은 벌레만이 무지개 위를 재빠르다

두께가 속도로 변하는 스펙트럼의 그늘 아래에

모공으로 숨 쉬는 소가 달을 만지작거린다

 

(2012727)

 

 

13

 

 

2019227일 오늘 낮에

봄이 열린다고 스승께 말씀 드렸다

외출했다 돌아오는데 작년 가을에 영태의 憑依

강 건너 물가로 강제 이주했던 백로 떼가

천등산 기슭을 따라 내려와

앞산으로 다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