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새벽
그날 새벽 그대 자고 간 여자의 원피스 위에 팔 하나 잘린 채 숨을 몰아쉬고 있습니다 벌써 세 시예요새벽이 창을 넘어와 나를 이끌고산성 너머 마을버스 종점 앞 가게 마루에취해 쓰러진 늙은 남자의 속으로 나를 들여 보냅니다 ‘잘 있다’고 안개가 비껴 흐르며 겨우내 헐려 나간시민아파트 잔해의 안부를 전해 주네요 그대 귀속에 강물처럼 고요한새벽녘 먼데 개 짖는 소리 늙은 남자를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만슈미즈 위에 끈적하게 흐르는 검붉은 체액 그저 축축해지면 자라 나오는 달개비 줄거리 노란 원피스 위에 물들이면아주 잘 어울릴 거라며 말하던 알바트로스 (1999년)
그림자 (Artist's Book)
2024. 7. 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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