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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년 전 옹기 동이에 옮겨 심은 한 촉의 수련. 노랑(黃)과 분홍(紅)과 하양(白)의 꽃으로 한 뿌리에서 해를 바꾸어 가며 다른 빛깔로 피어난, 잠에서 깨어나는 꽃 수련(睡蓮)입니다. 마음 안에서도 잠들었던 연꽃이 피어날 때에 색깔을 바꾸어 가며 크게 한 송이가 피어나 만 송이의 꽃으로 장엄합니다.  본래 마음 안의 수련은 바라밀행으로 마음을 닦으면, 깨끗해진 몸과 마음에서 원래의 기운이 일어나 오뚜기처럼 쓰러지지 않으며, 용트림으로 정수리를 떠받치며, 상제(上帝)의 눈으로 머리 속에서 흰빛의 원신(原神)이 합하며, 아래로 내려가 뱃 속을 흰빛으로 가득채우는 알로 깨워, 태초의 바다와 뭍을 일깨우고, 일곱 가지색색의 수련으로 장엄하여 세상을 상징으로 엽니다. 물 속에 수련이 피었다 질 때 스스로를 갈무리 하여 다시 잠들듯, 감미로운 물 속으로 들어 마지막엔 맑은 점액질로 녹아 물과 하나가 되어 사라집니다. 사람이 맑은 기운으로 햇살이 비쳐드는 감미로운 물 속에 드는 고요한 마음이 화지(花池, 化池, 和池), 잠자는 꽃을 피우는 연못입니다.

 

조화롭고 한없는 마음 안에서 꽃을 피우는 새벽, 잠자던 개구리도 나와 찻물 끓는 소리를 같이 들었습니다.

-浮察日記, 세르비아 시인이여*

 

 

 

여긴 당신이 띄워 올린 작은 상자 안입니다

투명한 바닥엔 검은 물이 바람에 쓸리듯

고요하게 별들을 박은 채 떨리고 있습니다

저만치 당신이 떠나보낸 늑대가

절룩이며 가고

나는 붉은 병을 든 노인과

열이면서 하나인 여자를 수레에 태우고

찰박이며 갑니다

 

바닥 저 아래엔 제사장들이

뒤집어 볼 수 없도록 무거운 돌로 누른

仰觀天文圖를 사람들에게 보여 주며

자신의 옷깃을 놓지 못하도록 최면을 걸고 있네요

벚꽃 핀 산자락엔 집짓기 놀이를 하는 사람도 보입니다

어제는 내게 노는 법을 설명하기에

진짜 집을 지어보라는 말로 값을 치르고 왔는데

여전히 노는 법을 들어줄 사람을 찾고 있군요

 

당신 말대로 상자 속에 펼쳐진 바깥은 끝없이 넓은데

걷다 보면 상자 속엔 또 하나의 작은 상자가 있을 테고

그 안에 펼쳐진 바깥은 얼마나 넓을까 생각합니다

나의 걸음이 그대의 한 변에 가 닿아 모서리가 될 때

또 기별하겠습니다

 

봄날에

 

*세르비아 시인한테 보내는 부찰일기는 수행으로 오래된 미래를 향하여 초월한 삶을 노래한 세르비아의 시인 바스코 포파한테 보내는 소식이다. 부찰일기(副察日記)는 하늘을 보는 세 가지 시선 중에 우러러 보는 앙관(仰觀)과 위에서 굽어보는 부찰(副察)과 직관하여 보는 중조(中調)의 우주관 중 두 번째 시선으로 하늘에서 땅을 내려다 보는 시선으로 노래한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