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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그래, 그대는 소멸이라는
안개 속으로 나아갔다
어제는 내리는 어두움에 가로등이
무릎 아래만 남기고 묻혀갈 때
누구도 기대할 수 없는 불을 켰지
바람은 계절이 다른 나라를 향해
시린 가슴을 불어 간다
서리는 과연, 마른 풀잎과 푸석한
흙더미 위에서 빛나는 은빛의 자신이
그대의 체온임을 햇살이 떠나기 전에 알까
갈래 길에서 방향은 부질없는 것
단지 숙였던 고개를 쳐들었을 때
더 먼 끝이 있는 곳으로
서있을 시간이 조금 더 길 듯한
길로 들어서야지
서리도 바람도 없는 곳
길손이 아닌 자신만의 불을 밝히는
가로등만 하나 서 있는
소멸 속으로 열려가는 저 길
어귀에도 작은 움직임이 있다
연두색 한 잎
고요한 기지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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