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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회 하기를
절룩이며 가는 나팔소리여 털북숭이 물고기여
홀로 남은 외눈이여 너의 입방체로 돌아가라
태초의 검은 주전자
갇힌 말벌 일랑 날려 보낸 후 틈을 없애라
오로지 주둥이의 물구멍으로 새어드는
햇살과 공기를 받으며 소리 없는 울음으로 울어라
가득 찬 울음이 속껍질을 뚫고 벽을 녹이거든
돌콩도 고마리도 너와 너의 사라진 눈 그리고
비늘의 경계에 피어 나리라
울지 말라 온갖 연정과 자괴는 스스로 개미들의 먹이가 되게 하라
단풍에 깃든 말들을 너를 향해 쏟아지고 정수리로 스며들어
울음 머금은 새하얀 눈으로 쌓이게 하라
쌓인 눈 속에서 푸른 손톱의 움을 틔우라
나는 그늘의 윤회를 믿는다 소리 없이 걷는 그늘을
서늘했다가 얼려버리는 지표를 밟는 발바닥을
돋았다 사라지는 지표의 소름을,
나는 움직이는 그늘 아래서 너를 맞이 하리라
나는 그림자이므로 너의 눈에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어두운 녹색의 말을 걸겠다.
그리고 투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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