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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감의 서사시
이스. 돌람
가을의 보름날 저녁
어두운 산 능선 깊은 곳에서
부드러운 차르길*의 가락이
가벼운 미풍에 날려오는 것을 가만히 엿듣던 나.
태양과 달이 있는 날들의
순환고리 가운데서
나를 조율하던 가락은
되돌아와 들리지 않는구나.
단 하나의 리듬을 들으려고
이곳에 나는 왔다.
전생의 언젠가
기묘한 운명으로 만난
부드럽고 부드러운 시선을
어느 곳에서나 찾는 나.
지루한 줄 모르는 아름다운 연인의
진실하고 투명한 미소를
예전이나 훗날 언제든
볼 수 없게 될 것을 두려워 하는 나.
놀랍도록 순간적인 것을 한 번 보려고
이곳에 나는 왔다.
들쑥과 백리향의 향기에서
후각이 감지하는 은은함
오래되어 녹록한 푸른집터의
가축들의 냄새가
쇠똥의 푸른 연기와 어우러져
연이어 내게로 날려오는 것을
다시 맡을 내 운명은
어디에 멈추어 있는가.
단 한 번의 부드러운 향기를 위해
이곳에 나는 왔다.
이웃 마을 자그마한 연인의
손수건에 싼 과일을
가늘고 사랑스런 손가락으로
입 속에 굴려넣게 하는 순간
오래도록 입 안에 남아
어금니 사이에서 녹아드는 그 맛이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만족스러움을
처음 맛보게 한 것이라면
감미로운 한 번의 맛을 위해
너희들 가운데 내가 왔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생과 고통을 느끼며
가시와 꽃이 있는 세상에
떨어져 소리치고 있을 때
요람을 매만지시던 어머니의
부드러운 손길과 숨결
적고 어린 내 몸을
가슴에 정성스레 보듬어 안은 곳에서
감미로운 단 한 번의 촉감을 위해
아주 오래도록 살고 싶다.
실타래가 풀어져 둥글게 돌아 내리는
중심축 가운데
정신을 환히 비추는
빛 가운데
위대한 지혜의 신의
보호 아래
권세 있는 영원한 하늘의
가호 속에. 안기고 싶다.
아무도 얻지 못할 영감을 위해
몇백 번의 꽃을 피고 지게 하고 싶다.
*차르길: 네모난 나뭇조각을 사방 서너 줄로 연결하여 나무로 쳐서 소리내는 타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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