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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의 세계 바나리
늑대가 보름밤에 다랑쉬에 올라
햇빛을 담은 달로 초월하는 것은
사람이 초월하여 태양인이 되는 것.
음과 양의 달과 해를 합쳐
완전한 하나가 되는 것.
우주도 공간과 시간이 조화를 이루며 세계가 되는 것.
검은 개가 해를 삼켜 가릴 때
일식,
검은 鬼가 정경심情景心을 삼키려 할 때
해가 빛을 거두었네.
검은 개가 삼킨 달이 현실의 달과 하나인 줄 알아야 하네.
(스승과 부모를 害한 사건을 일깨우러 찾아갔을 때 鬼 김영태가 폭행으로 고소한 것에 대하여,
이천십구년 구월 이십삼일부터 시월 이십일 까지 충주보호관찰소에서 실행한 사회봉사 중에 적다.)
‘종점(終點)이 시점(始點)이 된다. 다시 시점(始點)이 종점(終點)이 된다.’
(중략)
‘이윽고 턴넬이 입을 벌리고 기다리는데 거리 한가운데 지하철도도 아닌 턴넬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이냐.(마침표를 찍는데 鬼가 순식간에 나의 바른쪽 눈을 교란하여 난시로 만들어 쉼표로 착시를 일으킨다.)
이 턴넬이란 인류 역사의 암흑시대요 인생행로의 고민상(苦悶相)이다. 공연히 바퀴소리만 요란하다. 구역날 악질의 연기가 스며든다. 하나 미구(未久, 변치 않고 기다린 미래)에 우리에게 광명의 천지가 있다.
턴넬을 벗어났을 때 요지음 복선공사에 분주한 노동자들을 볼 수 있다. 아침 첫차에 나갔을때에도 일하고 저녁 늦차에 들어 올때에도 그네들은 그대로 일하는데 언제 시작하야 언제 그치는지 나로서는 헤아릴 수 없다. 이네들이야말로 건설의 사도(使徒)들이다. 땀과 피를 애끼지않는다.
그 육중한 도락구를 밀면서도 마음만은 요원(遙遠, 아득하게 멀다.)한데 도락구 판장에다 서투른 글씨로 신경행(新京行)이니 북경행(北京行)이니 남경행(南京行)이니 라고 써서 타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밀고 다닌다. 그네들의 마음을 볼 수 있다. 그것이 고력(苦力, 괴로움을 이기며 힘쓰다.)에 위안이 안된다고 누가 주장하랴.
이제 나는 곧 종시(終始, 끝과 시작)을 바꿔야 한다. 하나 내 차에도 신경행(新京行), 북경행(北京行), 남경행(南京行)을 달고 싶다. 세계일주행(世界一週行)이라고 달고 싶다. 아니 그보다도 진정한 내 고향이 있다면 고향행(故鄕行)을 달겠다. 도착하여야 할 시대의 정차장(停車場)이 있다면 더 좋다.’
(윤동주 님의 글 〈종시(終始)〉 중에서. 정음사에서 천구백사십팔년 초판 발행한 것을 천구백칠십육년에 중판 발행한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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