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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談 생일에

haeoreum 2018. 11. 3. 15:45

시간의 길을 따라 시간의 집에 사는 시간에게로

 

 

 

당신은 구부러진 시간이야 당신이 째깍 이는 바늘로 뜨개질 하고 있을 외딴집으로 가는 오솔길 어귀에서  당신의 집 한쪽을 들어 올리는 기울어진 중력을 보며 나는 웃고 있어 쪽문을 열고 들어가 예각으로 기울어지며 기다리는 당신에게 둔각으로 쓰러져 안기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지 길 옆 노송들이 나를 보며 미소 짓네 나의 상상이 조금은 귀엽고 琥珀 속에 갇혀 바깥으로의 표면에 여린 손을 대고 내다보던 어린아이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나는 끝을 모르는 길의 바깥에서 당신을 만나러 온 거야 점선으로 지어진 두 개의 집에 들어 살다가  형상 없는 당신이 못내 그리워 이제 곁에 와서 반가운 눈물을 쏟네 노랗고 투명한 나의 안에서 손에 잡힐 듯 느껴지던 당신을 이제야 만나게 된 걸 보면 아마도 당신은 구부러진 시간이지 싶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밟으며 돌고 돌아서 온 거지

 

그래! 당신은 구부러진 먼 오솔길인 거야

 

(2011년)

풋사과 맛은 ‘시퍼런’

 

 

 

腹話를 주고받으며 오늘도 짝을 지어 

산비탈 오솔길 주변을 걷는 구국새

 

풋사과를 깨물어 시퍼렇게 고이는 신맛을 

고운 입자로 내 속에 섞네

 

아버지가 모양으로 이름 지어 부르신 건

낮은 소리로 마음을 전하느라 구국댄다는 걸

저들이 되어 내게 알려 주셨던 것,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멧비둘기를 

구국새라 부르셨다 

아! 내 고향 풋사과 맛은 

시퍼런

 

(2010년)

 

어머니의 심장

 

 

 

찻집에서 얻어 온 목화 한 송이의 무게를

씨를 바르고 달아보니 1그램 이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어릴 적 이불에 솜을 놓던 어머니가 그리워 져

어머니 가슴에 손을 넣어 더듬으니 잣대*에서 한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까만 목화씨가 어머니의 한이 뭉쳐진 것이라는 걸 이제는 알 것 같아 

어머니 손을 끌어다가 내 가슴에 대어 보았다

순간, 나의 심장박동에 대답하는 것이 있었다.

어머니의 거친 손 생명선 아래에 목화씨만한 

작은 심장이

뛰고 있었다

 

 

 

* 잣대는 흉추 열두 마디이다. 인욕과 참회를 통하여 열두 마디에 피고름같이 엉긴 

업(業)을 씻어내면, 일상의 감각과 감각을 통한 의식 너머의 초감각이 열리고, 비로소 

우주적 질서에 근거한 객관적 앎(지혜)이 생겨난다.

 

 

(20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