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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불교와 문화] 페이융의 알기 쉬운 『금강경』 읽기
<페이융의 알기 쉬운 『금강경』 읽기> 코너에서는 중국의 대표적인 불경 연구가인 페이융이 불교 경전, 그 중에서도  『금강경』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현대적으로 해석한 책, 『초조하지 않게 사는 법』(유노북스 刊, 2016) 중에서 한 편씩 발췌해 소개한다.

 

 

 


 

 

수단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자기 자신도 모른 다. 돈을 예로 들어보자. 많은 사람들이 계속 돈을 벌고, 또 더 많은 돈을 벌기 위 해 노력한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돈을 버는지도 모른 채 그저 돈을 벌기 위해서 만 동분서주한다. 결혼도 그렇다. 결혼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소위 결혼 적령기가 되면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결혼하라고 정해주었기 때문에 결혼하 는 것이다. 학업이나 직업도 마찬가지다.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무엇을 위한 일 인지도 모른 채 사회 분위기에 떠밀려 너도 나도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필사적으 로 공부한다. 평생 동안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신이 살아가는 진 정한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결국 일생 동안 이리저리 떠밀려 다니며 산다. 이렇게 사는 삶이 행복할 리 없다. 부지런히 돈을 벌고, 결혼하고, 일을 하지만, 그러는 동안 늘 고민하고 고통스러워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생각 해야 한다. 이 두 가지 문제를 알지 못하면, 자기만의 확실한 인생 목표도 없이 사회가 우리에게 정해준 목표를 위해 살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의 인생이 그렇다. 자신의 인생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세태에 떠밀려 살아가고 있다. 남들이 주식을 사니까 나도 주식을 사야 할 것 같고, 남들이 피아노를 배우니까 나도 피 아노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주식이든 피아노든 그저 수단일 뿐이며, 정말로 중요한 것은 자기 인생의 목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다. 자신의 목표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수단이라면 사용할 가치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수단을 아무리 써봐야 의미가 없다. 그러므로 냉정하게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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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난 뒤에 그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사람들은 대 부분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다. 꼭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작은 성과라 해도, 그들 은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낀다. 자신이 할 수 있고 또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을 이루고 성취감을 얻었으므로 속세의 관점에서 보면 성공한 인생이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부처는 이 역시 최종적인 해탈을 이룬 것은 아니라고 말한 다. 목표를 실현한 뒤에 또 새로운 목표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 가지 목표를 위해 모든 고통을 참으며 그 목표가 실현되기만을 고대하고, 그 목표가 실현되고 짧은 기쁨이 지나가면 또 새로운 목표가 생긴다. 끝없는 수단의 길 위에서 사는 것이다. 『금강경』에서 부처는 수단과 목적을 초월해 현재에 충실한 삶을 살라고 가르친 다. 저마다 다양한 목표가 있을 것이다. 집을 사고 싶을 수도 있고, 창업을 하고 싶을 수도 있고, 배우가 되는 꿈을 꿀 수도 있다. 부처는 그런 목표를 포기하라고 하지 않았다. 어떤 목표든 세울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목표가 단지 인생을 살 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어야지, 속박이나 기다림이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부 처의 가르침이다. 집을 사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그 노력이 인내나 기다림이 아 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하나의 과정이어야 한다. 아직 집을 사지 못했더라도, 바 로 이 순간 인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인생의 희열과 활력은 언제든 숨어 있다. 기다릴 필요가 없다. 인생의 진정한 목표는 현재를 즐기는 것이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부처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일 것이다. 현재의 삶을 즐길 수 있어야만, 온전하고 진정한 인생을 영위 할 수 있다.
집을 사고 싶은가?
창업하고 싶은가?
배우가 되고 싶은가?
그것이 무엇이든 목표를 포기하지 말라.
하지만 그 목표는 인생을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어야 한다.
속박이나 기다림이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