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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전 전주의 한상현 선생님이 목화 한 송이를 주셨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씨앗을 발라 놓고 남은 솜뭉치를 보며 마치 구름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를 마시던 어느 날 문득 구름의 무게는 얼마일까 생각하다가 솜뭉치를 천칭에 올려놓고 추를 가만히 움직여 보니 우연이지만 1그램의 눈금을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목화송이야 때에 따라 제각각의 크기일 테니 무게도 각각 다르겠지만 그날 받은 목화솜은 정확히 1그램이었습니다.
만물의 기본이라고 하는 물 1입방센티미터의 무게 단위인 그램은 이외에도 프로그램, 다이어그램, 픽토그램, 애니어그램 등 대부분 객관적 기준을 나타낼 때 붙여 쓰입니다. 이렇게 여러 용도로 쓰이는 그램과 붙여 쓰는 말 중에서 프로는 어떤 의미인가 생각합니다 자본주의를 이념으로 하는 현대에 우리는 프로라는 말을 아마추어와 비하면서, 특정 분야에서 능력이 일정수준에 이르러 그 일을 통하여 소득을 구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로 씁니다. 이렇게 일의 능력이 일정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은 그 분야의 기술적 능력만이 아니라 인격의 함양도 객관적 수준에 이르렀다는 말일 것입니다. 공공의 영역에서 활약하는 사람이라는 뜻인 공인이 이것을 이르는 말이며 서양의 프로펫서나 우리의 옛 말인 선비 또한 같은 존재를 이르는 말일 것입니다, 인디언 신화에서 둘로 나뉜 얼굴을 한 토끼를 넘어서 만나는 존재는 이렇게 무한한 환상의 영역을 열어가는 마이스터이며, 마술의 영역으로 벽을 만들고 그 속에 안주하면 우리말의 巫에 속하는 트릭스터일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마당가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티티새의 꼬리’라는 미셸 투르니에의 발레복 대한 표현 같은 선녀벌레들이 나타났습니다. 아주 작고 노란 매미류의 벌레들이 모습에 비해 수종을 가리지 않고 여러 수풀의 줄기에 붙어 수액을 빨고 있어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와중에도 잘 생긴 무궁화 꽃 몇 송이가 피어난 것입니다. 어렸을 적 아이들과 놀던 놀이 중에 술래가 눈을 감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하고 외치는 사이, 여러 아이들이 다가와 마술에 걸린 술래를 꽃처럼 피우고 달아나며 놀았습니다.
사람의 삶이 언제나 그렇듯 현재도 우리의 삶터를 환상의 영역으로 열어가려는 르네상스의 시대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피었다’고 외치는 무궁화를 따라 소리 내어 봅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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