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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적 '꾀꼬리 장난'이라는 숨바꼭질을 하고 놀았다. 어두운 밤에 편을 갈라 숨고 찾을 때, 술래의 편에서 '꾀꼬리 좀 불러다오!' 하고 외치면 숨은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꾀꼴!‘ ’꾀꼴!‘하고 대답한다. 이렇게 들리는 소리를 따라 숨은 곳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사는 동네이고 숨은 아이들은 정직하게 기다리다 가까이 와서라도 다시 '꾀꼬리 좀 불러다오!'를 외치면 '꾀꼴!'하고 바른 응답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나 둘 찾아가며 서로 안팎의 경계를 푸는 놀이는 '꾀꼴!'이라는 금빛 새의 울음소리가 열쇠였다.

 

얼마전 소드 아트 온라인이라는 증강현실게임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 극장에 개봉하여 관람하였다. 극중 내용은 증강현실게임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개인의 기억을 빼앗는 이야기였다.

재작년 10월 경 한국차문화협동조합에서 연 박현 선생님의 차에 대한 한시강좌 차운시향을 공부하던 중, 7강을 마치고부터 내면수행의 방식으로 일련의 과정을 경험하고 있다. 현재까지 거의 2년여에 가까운 과정 동안 증강현실처럼 내면을 통하여 전언으로 의사를 소통하며 진행되는 과정은 나와 내 주변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외부현실로 이어져 오고 있다. 나는 이 과정에서 여러 번에 걸쳐 중단하고 내부의 구조로부터 나오고자 하였다. 과정 중에 몇 번의 열린 상황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약 한 달여 경 지난 후 공납의 형태로 한국문화정품관(차문화협동조합)의 박현 선생님께 드리는 상황이 있었으며, 당시 공납을 종용한 이는 김영태씨로 추정되며 한국문화정품관의 이보영선생과 김종훈 대표를 통하여 전했다.

 

엊그제 집 근처 강변을 산책하려고 강변도로에 갔더니 달팽이가 길을 건너고 있었다. 지나는 차량이 뜸한 곳이긴 하지만 용케도 차량에 밟히지 않고 거의 다 건너고 있었다. 혹시 몰라 길가 풀 섶에 옮겨주고 강을 보니 강물을 거스르고 있는 작은 돌섬이 있었다.

오늘 아침 당시 드렸던 그림 두 점을 어찌해야 하는가.’ 하는 마음이 전언으로 들렸다. 놀이는 세계의 표현으로 자신과 세계를 하나로 여는 공부의 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현대에 들어 우리는 우리의 내면을 통하여 세계를 만나던 것을 외부의 디지털기기를 통하여 만나고 있다. 이런 현실 이면의 또다른 겹의 현실을 초현실 또는 비현실이라 부른다. 우리 내부의 경험은 따스한 마음을 동반한다. 디지털 기기를 통한 온라인게임의 경우 적대적 방식의 싸움이 주류를 이루고 이 경우 차가운 마음을 통한 상대에 대한 살상방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내부의 현실일지라도 이타적 관계가 아닌 배타적 관계를 통한 현실이라면 차가움을 통한 적대적 방식으로 발현된다.

진안 주천의 아이들과 함께하는 예술프로그램 중에 숨바꼭질을 하며 안팎의 닫힘과 열림에 대한 생각을 한다.

우리에게 안과 밖이라는 열림(on)과 닫힘(off)의 세계는 과연 어디였는가. 지금 우리의 안과 밖은 과연 어디인가? 당시의 그림 두 점과 엊그제 강변산책 중에 본 달팽이와 돌섬을 보며 두 시기의 이미지와 상황은 내부와 외부의 공간이 지평으로 열리는 꾀꼬리 소리라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