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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야심경지혜의 경전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본 남북조시대에 간잔 에겐(關山慧玄)이라는 임제종의 선승이 있었습니다. 이 스님이 아마 미노(美濃)의 산 속에 은거하고 있을 무렵일 것입니다. 어느 날 느닷없이 큰비가 쏟아지더니 대웅전에 비가 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제자들에게 명했습니다.

비가 새는구나. 빗물 받을 것 좀 가지고 오너라.”

제자들은 앞다투어 부엌으로 달려갔습니다. 하지만 이 절은 떨어지는 빗물을 받을 그릇조차 없는 매우 가난한 절이었습니다. 여기저기 찾아보아도 빗물 받을 그릇이 보이지 않자 제자들은 빈손으로 간잔 에겐 스님에게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절에는 아주 재치 있는 어린 스님이 있었습니다. 이 스님의 이름은 기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임시로 진넨(珍念)’이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진넨 스님은 스승인 간잔 에겐 스님의 빗물 받을 것 좀 가지고 오너라.”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부엌으로 달려가 그곳에 있던 소쿠리를 들고와서는 여기 있습니다.” 하며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스승은 옳거니!” 하며 받았습니다.

다음날 간잔 에겐 스님이 제자들에게 설교를 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설교를 했던 것입니다.

너희들은 몇 년 동안이나 선 수행을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어제의 그런 태도는 대체 무엇이냐? 허겁지겁 달려가서 두리번거리다 빈손으로 되돌아오다니, 그런 너희들을 어디다 쓰겠느냐. 그러나 진넨은 참으로 훌륭했다. 냉큼 소쿠리를 가지고 오지 않았더냐? 너희들은 진넨의 손톱에 낀 때만도 못한 녀석들이다.”

여러분들은 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면 이렇게 반응하곤 합니다.

그렇군요. 글쎄소쿠리라빈손보다야 낫겠지요어쩌면 조금이라도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유감스럽게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선에 대해서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빗물 받는 데 소쿠리가 전혀 쓸모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왜 간잔 에겐 스님은 진넨 스님을 칭찬했을까요?

그것은 다른 제자들이 진넨 스님의 소쿠리보다 더 쓸모없는 물건을 가지고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다른 제자들이 가지고 온 허겁지겁두리번은 그야말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입니다. 이렇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허겁지겁두리번보다는, 그리고 그런 태도를 계속 고집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진넨 스님처럼 소쿠리라도 여기 있습니다.” 하고 내밀고 나서 태평히 있는 편이 더 낫다는 말입니다. 그러는 편이 정신 건강에도 좋을 것입니다. 간잔 에겐 스님이 말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입니다.

요컨대 우리들의 지혜는 어리석음을 동반한 지혜입니다. 어리석음이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때에 지혜가 작용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정답을 알고 나서야 그렇구나.’ 하고 뒷북을 칠 뿐이지요.

어리석게도 우리들은 대부분 일이 끝나고 나서야 , 그렇구나.’, ‘이렇게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합니다. 결국은 수준이 낮은 꾀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런 지혜는 안 된다. 본래 지니고 있는 지혜를 드러내라!”

바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 반야심경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본래 지니고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지를 가르쳐주는 것이 반야심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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