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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3. 4 한 사람의 感官을 단속하지 못해서 意를 통한 憑依현상이 세상을 잠식하고 있다.

[짬]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

등록 :2018-02-27 22:31수정 :2018-02-27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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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
도법 스님이 지난 12일 광주의 인문학당 무등공부방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은빛순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 무등공부방 제공
도법 스님이 지난 12일 광주의 인문학당 무등공부방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은빛순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 무등공부방 제공
힘들 때면 길 위에 선다.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은 2004년 3월 남원 실상사 주지 소임을 내려놓은 뒤 걷기 위해 길을 떠났다. 5년(1747일) 동안 국토 3만리를 탁발순례했다. 8만여명을 만나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전했다. “돌멩이 하나도, 풀 한 포기도, 밥 한 그릇도, 굼벵이 한 마리도 모두가 내 생명을 낳고 길러내는 거룩한 모체로 여기자”고 제안했다.

지난 12일 광주의 인문학당 무등공부방에서 만난 도법 스님은 9년 남짓 만에 또 한번 길을 나서는 이유를 소개했다. 3·1운동 99돌을 맞는 1일부터 ‘한반도 평화 만들기 1000인 은빛순례단’(이하 은빛순례단)과 함께 “다툼 없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찾기 위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1년간의 여정에 나선다.

‘한반도 평화만들기 은빛순례단’ 결성 
전국 각계 60살 이상 1000명 회원 모집 
60살 미만은 명예회원…누구나 가능

3·1운동 99돌 기념일 승동교회 출범 
서울시내 유적부터 1년간 국토 한바퀴 
내년 3월1일 ‘한반도 평화 국민선언’
은빛순례단은 지난해 9월 실상사에서 ‘한반도 평화 만들기’를 주제로 열린 지리산 연찬회가 작은 계기가 됐다. 북핵 문제로 북-미 긴장이 고조되고 있을 때였다. 은빛세대 참석자들은 “나이 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평화 순례라도 하자”는 데 공감했다. 전국에서 각계 인사 168명이 은빛순례단 결성을 제안하는 1차 마중물로 나섰다. 이부영 동아시아평화회의 운영위원장, 김용숙 ‘아줌마는 나라의 기둥’ 대표, 이병철 전 귀농운동본부장, 김조년 전 함석헌기념사업회 이사장, 강정채 전 전남대 총장, 박화강 전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등이다. 앞으로 광주·대전·경남·서울 등 시도별로 지역 순례단을 꾸릴 예정이다. 다음카페 ‘한반도 평화만들기 1000인 실버순례단’(cafe.daum.net/PeaceOnly1000)을 통해 회원을 모집 중이다.

은빛세대가 제안한 모임이어서 정회원 자격을 60살 이상으로 제한했다. 60살 미만은 명예회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회원들은 “내가 먼저 평화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평화의 마음을 모으는 데 힘을 보탠다.

도법 스님은 “60년 살았으면 살 만큼 살았으니까 남은 역량을 평화로운 한반도를 후세에 물려주는 데 힘을 쏟자는 것이다. 한국전쟁 아픔을 아는 60살 이상 은빛세대가 한반도 평화운동에 적극 나서야 젊은 세대에 떳떳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젊은 세대에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우리 사회가 놀라울 정도로 성공한 것도 있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성세대에 불만도 크다. 젊은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은빛순례단의 참여 폭도 넓혔다. “후세에게 상처 줄 전쟁은 절대 안 된다”는 생각에 공감하는 은빛세대 누구라도 함께 길을 걸을 수 있다. 예전의 생명평화 탁발순례와 달리 이번엔 이념·종교·계층이라는 차이를 뛰어넘어 함께 평화의 길을 찾자는 호소인 셈이다. 그래서 제안문에 “보수와 진보가 섶을 풀고 마주 앉아 네 옳음을 받아들여 서로 살리도록 애쓰겠다”는 다짐을 넣었다.

도법 스님은 “저와 다른 관점에서 평화에 문제의식을 갖고 노력해온 분들과 같이 가려는 것이다. 평화라는 주제에 합의만 하면 두루두루 함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화라는 가치에 공감하면 따로 가지 말고 함께 가자는 제언이다.

은빛순례단은 때론 걷고, 때론 찾아가 듣는다. 주중엔 사람을 찾아 이야기를 듣는 경청순례가 중심이고, 주말엔 걷기순례가 진행된다. 도법 스님은 “때때로 걷기도 하겠지만, 서로 만나 대화를 나누고 토론하는 대화마당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 ‘서로 만나 대화하고, 조절하고, 합의해서 풀어내는 노력을 평화적 방식으로 해보자’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평화가 아니면 차라리 죽음을 선택하겠다’고 해보세요. 그러면 주변 강대국들도 주권자들의 뜻을 존중해서 한반도 문제를 다루지 않겠어요?”

그 첫걸음을 3·1 독립운동 기념일에 뗀다. 은빛순례단 출발식은 오는 1일 오후 2시 서울 인사동 승동교회에서 열린다. 은빛순례단 마중물로 나선 이삼열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과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인사말과 격려사를 한다. 이어 승동교회를 출발해 인근 3·1운동 주요 유적지를 둘러본 뒤 탑골공원에 도착해 평화를 기원하는 만세삼창을 한다. 수도권에 이어 전국을 차례로 한 바퀴 도는 등 1년 동안 순례 대장정을 펼친다. “찢긴 조각을 모아 올올이 평화로운 조각보를 짓기 위한 노력”이다. 은빛순례단은 3·1운동 100돌이 되는 내년 3월1일 ‘한반도 평화 국민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에 정말 정말 (남북 관계를) 지혜롭게 잘 풀었지요. 그런 분위기를 잘 살려가야지요.”

도법 스님은 최근 평창겨울올림픽 기간 남북 만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걱정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국민적 지지가 뒷받침돼야 정부도 평화로 가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지요. 많은 문제가 분출되는데 모든 과정이 평화롭게 이뤄진다면 극단의 상황은 오지 않는다고 봐요. 서로 만나고 대화하고 합의해서 가야지요. 이런 역량을 길러야 전쟁이 없어요. 그것은 정부와 정치인의 문제가 아니고 국민이 해야 할 일이지요.”

정대하 기자 sdaeha@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33997.html#csidx528363fb14a635d9287b6d6b52347b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