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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로얄]1000만 명 죽음으로 몰고 간 '콩고의 도살자'
홍주희 입력 2018.02.17. 00:01 수정 2018.02.17. 07:13
지난 번 [알쓸로얄]지역갈등 끝판왕 벨기에…독일서 수입한 왕실이 해결사? 에선 플랑드르-왈롱으로 갈라져 남북 갈등이 첨예한 벨기에에서 왕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전해드렸습니다.
이번엔 벨기에의 역대 왕 중 가장 유명한 레오폴드 2세(1835~1909)의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홀로코스트를 저지른 아돌프 히틀러, 캄보디아 ‘킬링필드’ 대학살의 주범 폴 포트, '아프리카의 히틀러' 우간다의 이디 아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역사상 가장 잔혹한 통치자로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악명을 떨친 덕에 그는 19세기에야 독립한 소국 벨기에 왕실에서 유일하게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왕이 됐죠.
벨기에 레오폴드2세는 콩고를 지배하면서 지옥으로 만들었다. 당시 세계적으로 수요가 폭증한 고무 생산을 늘리기 위해, 콩고 원주민에게 할당량을 지정하고 이를 맞추지 못하면 손목을 잘랐다. 1900년 무렵 콩고에서 촬영된 이 사진은 그의 잔혹한 지배를 한 눈에 보여준다. [중앙포토]
그가 콩고를 지배하는 동안 잘려나간 원주민의 손이 수백만에 달할 터. 유럽 근대 제국주의자 중 최악이라는 레오폴드 2세는 대체 콩코에서 무슨 일을 저지른 걸까요.
레오폴드 2세는 아버지인 초대 국왕 레오폴드 1세의 뒤를 이어 1865년 왕위에 오릅니다. 서구 열강들이 식민지 확장에 열을 올리던 시기입니다. 영국·프랑스·스페인 등을 보면서 레오폴드 2세는 식민지만이 국가를 부강하게 만들어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즉위 직후 동생인 필리프 왕자에게 보낸 편지에도 그는 “국가는 강하고 번영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식민지를 가져야 한다”고 썼습니다.
근대 유럽 제국주의자 중 최악으로 손꼽히는 벨기에의 레오폴드2세.
플랜A가 좌절된 레오폴드 2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콩고입니다. 그는 콩고 접수를 위해 ‘국제 아프리카 협회’라는 단체를 설립했습니다. 과학 연구와 인도주의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콩고 식민화가 본래 목적이었죠. 또 자신을 아프리카에 서구의 기독 문명을 전파하는 박애주의자로 포장하고 국제 학술회의를 개최해 이를 선전합니다.
━ 역사상 유례 없는 개인 소유 식민지 그는 벨기에 정부로부터 돈을 빌려가며 콩고 개발에 나섰습니다. 수탈을 통해 얻은 이익은 당연히 레오폴드 2세의 개인 재산이 됐습니다. ‘콩고 개발업자’나 다름없던 레오폴드 2세는 실제 자신을 ‘소유주(proprietor)’라 불렀다고 합니다.
첫 수탈 대상은 상아였습니다. 그러나 상아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기대에 못 미쳤습니다. 때마침 고무 타이어를 사용한 자전거가 발명됐고, 자동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고무 수요가 폭증하면서 국토 절반을 고무나무가 덮고 있던 콩고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됩니다.
그는 원주민을 모조리 고무 생산에 투입합니다. 밀림에서 맨몸으로 고무를 채취하는 일은 그야말로 사람을 갈아 넣는 노동입니다. 레오폴드 2세는 주저하는 원주민을 밀림으로 밀어 넣기 위해 악랄한 수법을 동원합니다. 원주민의 아내나 딸을 감금해놓고 고무를 가져오면 풀어주겠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강제노동을 거부하는 마을은 몰살시킵니다.
그는 고무 할당량을 맞추지 못하면 목숨으로 갚도록 했고, 이들을 처형하는 용병에게는 총알을 낭비하지 않았다는 걸 시신에서 잘라낸 손으로 증명하도록 했습니다. 총알이 빗맞는 등 실수를 했을 때, 용병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손목을 자르기 시작했습니다. 잘라낸 손이 용병들의 성과로 평가되면서, 바구니 가득 잘린 손을 담아 다녔다는 목격담이 나오기도 했죠. 인정사정없는 착취와 수탈, 극악무도한 살육으로 콩고는 지옥이 됐습니다.
이렇게 콩고를 착취해서 레오폴드 2세는 막대한 수익을 올립니다. 1998년 역사저술가인 아담 호크실드가 펴낸 『레오폴드 왕의 유령(King Leopold's Ghost)』을 소개한 뉴욕타임스(NYT) 기사는 레오폴드 2세가 거둔 수익이 2억 2000만 프랑, 현재 가치로 11억 달러(약 1조 1000억원)로 추정된다고 전했습니다.
사태를 방관하던 벨기에 정부는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콩고를 식민지로 병합하기로 결정합니다. 1908년 마침내 콩고자유국가는 사라집니다.
레오폴드 2세는 끝까지 콩고에서 벌어진 학살을 몰랐다고 잡아뗐다고 합니다. 콩고에서 저지른 일을 묻어버리려 애쓰기도 했죠. 벨기에 정부가 콩고를 병합한 뒤, 레오폴드 2세의 궁전 옆 소각로는 8일 동안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콩고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불태워 없애버린 겁니다. 이때 그가 이런 말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나의 콩고를 그들(벨기에 정부)에게 넘기지만, 그들에게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 권리는 없다”
콩고를 넘긴 이듬해인 1908년 레오폴드 2세는 사망합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50여 년이 더 흐른 1960년에야 콩고는 벨기에에서 독립합니다.
벨기에 정부는 2002년 콩고에 사과했습니다. 친(親)소련 성향을 보였던 독립 영웅이자 초대 총리 파트리스 루뭄바 피살을 묵인한 데 대한 사죄였습니다. 그 외에도 몇몇 정치인들이 벨기에의 식민 통치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08년 콩고를 합병하기 전, 레오폴드 2세가 저지른 대학살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은, 사유지에서 개인이 저지른 학살은 벨기에와 무관하다. 책임지거나 사과할 필요 없다”는 여론도 적지 않고요. 벨기에가 ‘거대한 망각(The Great Forgetting)’에 빠져 있다는 비판을 받는 까닭입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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