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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캐너에 얼굴을 짓누르고 꺼억 꺼억 울음 스캐닝 하다가

날카롭게 파고들려는 나의 조각들을 집어 들다

베인 자리에서 흐르는, 피를 따라 현관문을 나서서

돈암동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도

보이는 건 끊긴 성 줄기, 헐려 실려 나가는 시민아파트 잔해

 

담벼락에 못 하나 박고 걸린 채 말라가던 사람

정육점 냉장고에서 붉은 빛을 쬐고 누웠다가

같이 눕쟀더니 피식 웃고 돌아 눕네

 

흐린 하늘 딛고 네 소매 속에 뛰어들 때 여름내 덧나다

떨어져 나간 딱정이 같이 냄새 없는 향수 속에

누군가 가라앉아 숨을 놔두고 누워 있으니

저녁 안개 녹말가루처럼 후유적 후유적 닫힌

눈꺼풀 속으로 내리는 날 어슷하게 썰어 말렸던

산 아래 빌딩들 마른 핏가루에 버무려 먹을까

 

 

 

(1998)

 

 

스캐너에 얼굴을 짓누르고 꺼억 꺼억 울음 스캐닝 하다가.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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