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胡蝶
-당신이 왔을 때
벽을 등지고 앉아 앞산을 보고 있을 때 나비가
경계를 넘어 왔고 곧이어 당신이 찾아왔다
나비가 내가 앉은 의자 팔걸이에서 힘겨운 날개를
천천히 접었다 펼 때 나는 당신이 오고 있는 걸
알았지만 모른 체 하고 싶었다
당신이 나비의 발걸음으로 와서 힘겹게 입을 열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당신의 마음 안에 눈물을 고이도록
모래를 가장자리로 긁어내었을 뿐,
어젯밤, 나비가 날아온 곳에서 莊周가 나타나 화해하라는
말에 그냥 울 수밖에 없었다
오늘 날아와 앉은 나비가 십여 분간이나 제 날개에 적힌
장주의 편지를 보여주며 나를 설득하는데도 나는
가슴만 떨고 있었다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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