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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길, 通天向

haeoreum 2018. 3. 15. 22:01

마루달 선생님.

내 아버지께 올린 차 通天香 입니다.

차 한 잔과 시 한 편을 드립니다.


모두 함께 하는 저녁에.




먼 길

 

 그래, 그대는 소멸이라는

안개 속으로 나아갔다

어제는 내리는 어두움에 가로등이

무릎 아래만 남기고 묻혀갈 때

누구도 기대할 수 없는 불을 켰지

바람은 계절이 다른 나라를 향해

시린 가슴을 불어 간다

 

서리는 과연, 마른 풀잎과 푸석한

흙더미 위에서 빛나는 은빛의 자신이

그대의 체온임을 햇살이 떠나기 전에 알까

갈래 길에서 방향은 부질없는 것

단지 숙였던 고개를 쳐들었을 때

더 먼 끝이 있는 곳으로

서있을 시간이 조금 더 길 듯한

길로 들어서야지

서리도 바람도 없는 곳

길손이 아닌 자신만의 불을 밝히는

가로등만 하나 서 있는

 

소멸 속으로 열려가는 저 길

어귀에도 작은 움직임이 있다

연두색 한 잎

고요한 기지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