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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Artist's Book)

오체투지

haeoreum 2024. 7. 1. 20:11

오체투지

 

 

 

과녁을 그릴 테니 쏘아 보세요

주사기 속에 든 정액을 혈관에 섞어

슬프거든

당신의 입속에 흘려 넣고

방금 난 총알구멍으로 총 쏜 자를 보세요

식지 않은 총구속 그의 내장이 보여요

남은 총알들 교미에 질투로 떠는 방아쇠

손톱 밑에 박힌 닭의 부리를 뽑아 말하게

하세요

깃발에서 읽어낸 바람의 침묵

건너다 못 건널 강물의 미소

바가지 쓰고 비 맞는 아이

메꽃 넝쿨에 목을 맨 암탉

대롱 속 포르말린 뿜어나오는 새벽

귓속에서 물레방아 돌아가고

장위동 로타리 좌회전 신호등엔 자신을 닮은

실러캔스가 살아요

털끝과 혈관과 쓸개와 염통과 방광을 대지에 던지고

키스하던 푸른 안개

벼락 친 대추나무 비늘 후드득 떨구어

나무에 불붙고 나무는 육신을 육신은 바람을

바람은 나를

태워 아무것도 없게 하여 ……

 

 

 

(1998)

 

 

 

오체투지 ; 五體投地

오체투지.hwp
0.03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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