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에 빠진 날
우물에 빠진 날 새우를 고르는 어부의 집 오사리 물고기들 틈에서 未熟의 검푸른 몸으로 갯장어 새끼가 눈도 뜨지 못한 채 입을 벌려대고 콩게들은 그늘을 향해 쏜살같이 달아나는 마당가 입술을 열지 않고 제 속에서 꽃을 피우는 무화과가 말랑해지며 가을 속으로 들고 있지만 남방에서 왔을 이구아나는 건너편이 겨울인 줄도 모르고 가을의 두렁에서 도랑으로 풍덩 뛰어든다 내가 허방에 발을 딛어 시간이 멎은 순간을 바라보며 친구들이 안도의 웃음을 초고추장 맛으로 느끼는 사이 젖은 옷을 한 겹 한 겹 벗고서 수돗물에 씻겨 내리는 오물들을 바라보며 금시조에 쪼인 왼쪽 어깨 언저리에서부터 몸이 연두로 물들어가는 걸 안다 유쾌하고 고요하게 묵은 우물에 빠진 날 # 10|10|11 14:28:07 夢楢
詩
2018. 2. 13. 12:15
먼 길
먼 길 그래, 그대는 소멸이라는안개 속으로 나아갔다어제는 내리는 어두움에 가로등이 무릎 아래만 남기고 묻혀갈 때누구도 기대할 수 없는 불을 켰지바람은 계절이 다른 나라를 향해시린 가슴을 불어 간다 서리는 과연, 마른 풀잎과 푸석한 흙더미 위에서 빛나는 은빛의 자신이 그대의 체온임을 햇살이 떠나기 전에 알까갈래 길에서 방향은 부질없는 것 단지 숙였던 고개를 쳐들었을 때 더 먼 끝이 있는 곳으로서있을 시간이 조금 더 길 듯한 길로 들어서야지서리도 바람도 없는 곳길손이 아닌 자신만의 불을 밝히는가로등만 하나 서 있는 소멸 속으로 열려가는 저 길 어귀에도 작은 움직임이 있다연두색 한 잎 고요한 기지개다
詩
2018. 2. 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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