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먼 길

haeoreum 2018. 2. 4. 11:20

 

 

먼 길

 

 

 

그래, 그대는 소멸이라는

안개 속으로 나아갔다

어제는 내리는 어두움에 가로등이

무릎 아래만 남기고 묻혀갈 때

누구도 기대할 수 없는 불을 켰지

바람은 계절이 다른 나라를 향해

시린 가슴을 불어 간다

 

서리는 과연, 마른 풀잎과 푸석한

흙더미 위에서 빛나는 은빛의 자신이

그대의 체온임을 햇살이 떠나기 전에 알까

갈래 길에서 방향은 부질없는 것

단지 숙였던 고개를 쳐들었을 때

더 먼 끝이 있는 곳으로

서있을 시간이 조금 더 길 듯한

길로 들어서야지

서리도 바람도 없는 곳

길손이 아닌 자신만의 불을 밝히는

가로등만 하나 서 있는

 

소멸 속으로 열려가는 저 길

어귀에도 작은 움직임이 있다

연두색 한 잎

고요한 기지개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붉어가는 넝쿨이 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0) 2018.02.21
우물에 빠진 날  (0) 2018.02.13
선회 하기를  (0) 2018.01.30
오늘  (0) 2018.01.30
포파의 상자*  (0) 2018.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