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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순 동시작가
입력 2018.08.16 03:08

석홍이의 눈물

석홍이가 운다
말썽쟁이 석홍이가 운다.

하루도 싸우지 않는 날이 없고
툭하면 여자애들을 울려

선생님께 매일 혼나도
울기는커녕
오히려 씨익 웃던 석홍이가

책상 밑에 들어가
눈물을 닦는다
주먹으로 쓱쓱 닦는다.

저 땜에 불려 나와

선생님 앞에서고개 숙인 아버질 보고.

―정은미(1962~ )

아이고, 어쩌나. 나 때문에 아버지가 불려와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네. 면목이 없어 선생님 앞에서 고갤 숙이고 있는 아버지. 그 광경을 본 어린이는 창피하고, 부끄럽고, 미안하기도 하고, 겁도 나 그만 책상 밑에 숨어서 운다. 솟는 눈물을 주먹으로 닦으며. 잘못했어요, 아버지! 아직은 때묻지 않은 어린이. 옛날엔 이랬다. 자식이 잘못하면 부모가 대신 꾸중을 듣고 용서를 빌었다. 자식은 부모가 학교에 불려 가면 커다란 수치였고, 할 말이 없었다.

그게 맞는 것 같은데, 오늘날은 어떤가. 부모나 자식이나 잘못해 놓고도 그 잘못은 감추며, 그걸 충고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큰소리치는 경우도 있다. 어려운 세태다. 그런 나라도 있다. 일본. 강점한 잘못을 속 시원히 사과하지 않았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시가 짚어주고 있다. 


조선일보 A3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