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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슬슬 반야심경의 본문 속으로 들어가볼까요?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觀自在菩薩 行深般若波羅蜜多時 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반야심경의 첫 문장입니다. 반야심경은 전체가 300자도 되지 않는 짧은 경전인데, 그 정수가 바로 이 25개의 글자로 이루어진 첫 문장에 응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25개의 글자를 정확하게 이해하기만 한다면 반야심경을 다 안 것이라고 단언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

대충 해설해보면, “관자재보살이 반야바라밀다를 깊이 행하실 때 오온이 모두 공하다고 비추어보고 모든 괴로움과 액난을 건너셨다.”라고 읽습니다.

좀더 간단하게 말하면, “관자재보살이 모든 괴로움과 액난을 건너셨다.”라는 말이 됩니다. 관자재보살이 주어고, 건너셨다(극복하셨다)는 말이 술어입니다. 무엇을 건너셨는가 하면 그것은 바로 모든 괴로움과 액난입니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관자재보살은 괴로움과 액난을 극복하셨을까요?‘오온이 모두 공하다고 비추어보고극복하셨다는 말입니다. ‘오온이라는 것은 일단 간단하게 인간의 육체와 정신이라고 해석해두기로 합시다. 우리의 육체와 정신은 모두 공한 것입니다. 실체가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좀 섬뜩하고 불안합니다만 그 섬뜩하고 불안한 것은 사실 전혀 실체가 없는 것입니다. 즉 공한 것입니다.

일본 에도시대에 임제종 고승 가운데 반케이(盤珪) 선사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어느 날 반케이 선사 처소에 어떤 스님 한 분이 찾아와서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저는 태어날 때부터 성격이 급했습니다. 그런 성격을 갖고 이날 이때까지 살아오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반케이 선사가 답했습니다.

그대는 재미있는 물건을 가지고 태어났네그려. 지금도 급한 성격을 갖고 있는가? 있다면 여기에 꺼내보시게. 고쳐보기로 하지.”

이런 대답에 그 스님이 급한 성격을 꺼내보일 수 있었을까요? 그렇습니다. 꺼내보일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육체와 정신은 모두 하기 때문입니다. 반케이 선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급한 성격은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던 것이 아니다. 에 의해서 그대가 만들어놓은 것일 뿐이지.”

이처럼 급한 성격이라는 것은 있는 것이 아니라 공하다는 것을 알면 해결 방법을 저절로 알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급한 성격이 나올 만한 조건()을 만들지 않으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급한 성격을 없애려고만 애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오히려 문제가 복잡해집니다.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자야 하는데, 자야 하는데하면서 애태우는 것과 같습니다. 애태우면 애태울수록 잠은 더 오지 않습니다. 관자재보살은 모든 것이 공하다는 것을 깨달아서 불안한 마음과 급한 성격을 극복하셨던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오온이 모두 공하다는 것을 비추어볼 수 있을까요? 그것은 바로 행심반야바라밀다시行深般若波羅蜜多時입니다. 반야바라밀다를 깊이 실천行深했을 때 오온이 모두 공함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반야바라밀다는 여기에서는 일단 지혜의 완성이라고만 말해두겠습니다.

이리하여 관자재보살은 지혜를 완성했을 때 육체와 정신이 모두 공함을 알아서 괴로움을 극복하셨다. 여러분들도 관자재보살처럼 지혜를 완성해서 괴로움을 극복하기 바란다.”라고 반야심경은 말하고 있습니다. 반야심경의 주장은 바로 이 첫 문장에 다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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