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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국새라는 이름은 마음 베낌 해질녘 어스름한 산길 입구를 가면 날지 않고 산책하듯 걸으며 먹이를 찾는 한 쌍의 새가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그 새를 보고 멧비둘기라고 부릅니다.

어릴 적 산길에서 본 그 새 이름이 궁금해서 아버지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나의 아버지는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 밖에 못 다니고 평생 농사를 지은 농사꾼입니다. 아버지는 내게 새의 이름을 구국새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어느 책을 보아도 구국새라는 이름은 없습니다. 나이 들어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구국새는 우는 소리가 구국 구국합니다. 새의 마음이 되어 하나가 되어 보면 비로소 구국 구국하며 우는 걸 알게 됩니다. 그리고 새와 하나가 아니라 잡아먹을 먹이로 보면 멧비둘기라는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마음을 베끼는 것은 내게 가치 있는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베껴서 옮기는 것을 사의寫意 (마음 베낌) 라고 합니다. 서양에서는 미메시스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옮긴 것을 보면 모방, 또는 재현이라고 합니다. 단순히 다른 사람이 한 것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마주한 존재와 마음이 하나가 되어 그를 느낀 다음에 그려내는 것이 바로 모방, 미메시스입니다.

이와 같이 욕심 없이 마주하며 서로 마음을 느끼며 나누는 존재를 나와 대응하는 너라고 합니다. 그러나 마주하는 존재를 나에게 가치 있는 욕망으로 대하게 되면, 욕망하지 않는 마음으로 상대의 마음을 베끼는 사의寫意가 아니라, 상대에게 기대고 소유하려는 그릇된 행위인 빙의憑意(憑依)가 됩니다.

가 서로 바른 마음으로 대할 때 서로 자유로운 하나인 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