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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종정 진제스님 “의혹없이 소상히 소명하라”

기사승인 2018.05.08  15: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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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종정 진제스님이 숨겨진 딸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총무원장 설정스님에 대해 “한점 의혹 없이 소상히 소명하라”는 교시를 내려 이목이 쏠린다.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

"대책위 구성해 의혹없이 소명하라"

진제스님은 8일 교시를 통해 “총무원장 스님께서는 조속히 범종단 차원에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한점 의혹없이 소상히 소명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고대로부터 전통적으로 연등회를 시행하여 온 국민의 정성을 모아 국난을 극복하고 겨레의 미풍양속으로 승화시켜 태평성대를 구가해왔다”며 “사부대중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전국 사찰에서 연등공양을 올리고 반야지혜를 밝혀 국리민복과 조국통일ㆍ세계평와를 기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스님의 교시는 ‘교권수호’, ‘불교파괴’에 초점을 맞춰 온 종단의 기존 입장과 궤를 달리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앞서 천장사 전 주지 허정스님은 같은 날 오전에 진행한 청정승가공동체 구현과 종단개혁 연석회의 기자회견에서 “지난 주말 종정 스님을 뵙고 현 상황에 대해 상의 드렸다. 스님께서도 염려하며 ‘총무원장에서 당연히 내려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고 증언한 바 있다. (관련기사: 연석회의 ‘종단혁신기구’ 제안…“의혹당사자, 권한 위임해야”)

설정스님, 교시 불구 MBC 보도 '법난' 규정

한편, 진제스님의 이 같은 교시에도 불구하고, 설정스님은 MBC PD수첩의 보도를 ‘불교를 파괴시키려는 법난’으로 규정하며 ‘전 불교도의 결집된 교권수호의 힘을 모아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진제스님 교시에 맞춰 입장문을 낸 설정스님은 “5월 1일 방송에서 제기된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사실 여부를 떠나 국민들과 불자여러분께 커다란 충격과 절망, 그리고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종단을 대표하는 출가자로서 깊이 참회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기존에 제기된 의혹에 더불어 PD수첩에서 확인된 ‘숨겨진 딸로 지목된 전O경에게 약 6천만원 가량의 돈을 보낸 경위’, ‘사찰 정혜사 명의의 돈 수백만 원이 전O경에게 전달된 이유’, ‘의혹을 제기하려는 모 스님을 제거해달라고 발언한 문제’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의혹에 대해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모든 이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이며 관련 조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종단발전 혁신위원회(교권 자주 수호) 출범 예고

설정스님은 “국민과 종도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현실의 문제를 냉정하게 진단하고, 승가공동체의 새로운 변화와 사부대중의 참여를 통한 종단운영이라는 큰 틀을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며 “이에 35대 총무원은 종단이 처한 문제들을 사부대중의 지혜로 해결하고, 종단운영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위해 계획하고 있는 ‘종단발전 혁신위원회(교권 자주 수호)’를 조속하게 출범시키겠다”고 했다.

이어 “앞에서 말씀드린 의혹 규명문제를 종단발전 혁신위원회가 다룰 수 있도록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설정스님은 “MBC는 부처님오신날을 목전에 두고 사실 관계에 대한 구체적 확인도 없이, 제3자의 일방적인 폭로성 증언을 근거로 방송을 진행했다. 그 결과 이천만 불자와 더불어 승가공동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고, 조계종단의 위상과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MBC의 반성과 사과가 없다면 우리는 이러한 그들의 행위를 불교를 파괴시키려는 법난으로 규정하고 전 불교도의 결집된 교권수호의 힘을 모아 강력하게 대응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선언했다.

'진상규명' 아닌 '법난 규정', '교권수호'에 초점 맞춘 대응

의혹해소와 진상규명을 위한 새 기구를 구성한다는 점은 특조위를 제안한 법응스님, 종단혁신기구를 제안한 연석회의의 주장과 일견 비슷한 듯하지만, 설정스님이 내세운 종단발전 혁신위원회는 그 핵심 기조가 ‘교권 자주 수호’라는 점에서 기구의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종도들이 요구하는 진상규명 보다는 MBC 방송을 불교파괴 법난으로 규정하고 교권수호를 호소하는 것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이에 대한 교계 내외의 비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진제스님 교시 전문.

김정현 기자 budgat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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