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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구부러진 시간이야 당신이 째깍 이는 바늘로 뜨개질 하고 있을 외딴집으로 가는 오솔길 어귀에서 당신의 집 한쪽을 들어 올리는 기울어진 중력을 보며 나는 웃고 있어 쪽문을 열고 들어가 예각으로 기울어지며 기다리는 당신에게 둔각으로 쓰러져 안기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지 길 옆 노송들이 나를 보며 미소 짓네 나의 상상이 조금은 귀엽고 琥珀 속에 갇혀 바깥으로의 표면에 여린 손을 대고 내다보던 어린아이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나는 끝을 모르는 길의 바깥에서 당신을 만나러 온 거야 점선으로 지어진 두 개의 집에 들어 살다가 형상 없는 당신이 못내 그리워 이제 곁에 와서 반가운 눈물을 쏟네 노랗고 투명한 나의 안에서 손에 잡힐 듯 느껴지던 당신을 이제야 만나게 된 걸 보면 아마도 당신은 구부러진 시간이지 싶다 그래서 나는 당신을 밟으며 돌고 돌아서 온 거지

그래! 당신은 구부러진 먼 오솔길인 거야

내가 걸어 온 길은 가로로 난 길을 세로로 질러 온 길입니다.
사람들이 가는 길을 질러서 가시넝쿨에 생채기가 날 때도 걸어서 어느덧 높은 언덕에 올라서서 뒤를 돌아보니 내가 걸어온 길이 넓은 길입니다.
당신은 하늘이며 스승이며 아버지이며 세계이며 또한 우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