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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앵커 브리핑

그림자

해오름 haeoreum 2019. 8. 18. 09:22

<흔들림이라는 바깥>                   공기 중으로 부유하고 싶네 나는 수면에 누운 채 물과 맞닿은 공기의 입방을 더듬는 물달팽이라네 너는 내게 입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혀가 되어 사는 상상을 권하네     (     ‘너는 안식처 안의 혀 말語 들이 머물고 라사가 유혹하거나 미끄러운 다른 혀가 숨어들 수도 있네 이 현란함과 달콤함과 은밀함의 발생지에서’    )     시간은 공기와 물의 경계에 멈춰 있으므로 눈보라가 딥키스로 해수면을 녹이며 차오르듯 나도 시간과 함께 멈추려 하네 그때 멈춤이라는 경계가 열리고 겨울 외투를 벗듯 두려움을 내려놓고 비상할 수 있네     (    ‘이미 수련을 갉으며 물의 입방을 간파하고 중력조차 거부키로 했으므로 너는, 네가 아니면서 너이기도 한 너로부터 날개 없이도 날아오를 수 있을 거야’    )    소용돌이의 껍질 속에 부는 바람이라는 쓸쓸함과 안간힘으로 맞서는 들풀이라는 한가함으로 통하는 관대한 無味의 바깥으로     (    ‘그렇게 세상을 꽉 채우는 흔들림은 서로를 어떻게 허용하는가?’    )                   (2011년 4월)  

 

[앵커브리핑] '그림자… 내가 돌아왔다…'
http://news.jtbc.joins.com/html/177/NB11866177.html

 

[앵커브리핑] '그림자… 내가 돌아왔다…'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학식이 뛰어난 어느 학자는 낯선 땅으로 여행을 떠납니다.그는 기이한 일을 겪으며 자신의 ..

news.jtbc.joins.com

 

그림자가 내 뺨을 후려치고 골목 밖으로 달아나고 있다

 

광화문 앞 집 이름이 궁금하다고

사전까지 뒤적이던 친구의

성긴 머리칼 위로 삐라를 가득담은

풍선이 점점 멀어져 간다

두 나라 대통령이 씹 붙었다가 따귀 맞았다고

新聞社說 투덜대던 날

마른번개가 도서관 앞 가게 속으로 뻗쳐 지르고

택시기사는 세상 욕으로 엑셀레이터를 밟는다

전봇대들이 구인광고를 끌어안고

야곱병으로 쓰러져가는 골목길

담벼락 위로 기어오르던 그림자가

내 뺨을 후려치고 골목 밖으로 달아나고 있다

 

(2000)


<새벽>       새벽이라는 입방체 안에 눈이 나부끼는 흔치 않은 일이 부유하는 새벽의 그림자 두께를 보면 그럴 수 있다는 걸 오랫동안의 울음 끝을 삭히는 앞산의 잔잔한 陰毛들도 창밖에 시선을 둔 失語의 새도 주전자 속의 뜨거운 충동도 각자의 새벽 속에서 무겁지 않게 생각 하네 하얀 새벽으로 가득한 빈 새벽

회색

 

바람이 불어와 그림자와 내 다리를 이인삼각으로 묶었네 허둥대며 뛰어가다 풀을 밟으니 하나로 묶인 두 다리가 정강이까지 회색으로 바래며 올라오고 바람의 끈만 명도 차이가 날 뿐 둘은 경계가 없어져 버렸지 두려움에 돌아보니 저만치 밟고 온 풀은 풀이 아니라 초록 매니큐어가 칠해진 여자의 손가락, 콧잔등까지만 땅 위로 드러낸 여자가 암전처럼 땅속에서 하는 말이 기포처럼 여기저기 지표에 솟아 나오며 허공을 무채색으로 채우는 회색의 계절.

 

(2009. 9. 18)

 

<풍경>         비와 멀리서 치는 은근한 천둥과 뻐꾸기 울음과 대추이파리의 흔들림이 한 계절을 보내고 새로운 계절을 받아들이고 있다. 산 아래 밭에 비가 내리고 곡식들은 익을 준비를 하고 있네. 비가 세차지니 뻐꾸기의 울음이 잦아든다. 물의 한 입방이 세상을 채우고 거기에 어둠이 깃들 때, 세상의 만져지는 것들은 모두 내면으로 향할 것이다. 숲이 뭉글거리며 여린 숨을 쉬고 바람이 숲의 가슴에 안겼다.

 

선회하기를

 

절룩이며 가는 나팔소리여 털북숭이 물고기여

홀로 남은 외눈이여 너의 입방체로 돌아가라

태초의 검은 주전자

 

갇힌 말벌일랑 날려 보낸 후 틈을 없애라

오로지 주둥이의 물구멍으로 새어드는

햇살과 공기를 받으며 소리 없는 울음으로 울어라

가득 찬 울음이 속껍질을 뚫고 벽을 녹이거든

돌콩도 고마리도 너와 너의 사라진 눈 그리고

비늘의 경계에 피어나리라

 

울지 말라 온갖 연정과 자괴는 스스로 개미들의 먹이가 되게 하라

단풍에 깃든 말들을 너를 향해 쏟아지고 정수리로 스며들어

울음 머금은 새하얀 눈으로 쌓이게 하라

 

쌓인 눈 속에서 푸른 손톱의 움을 틔우라

 

나는 그늘의 윤회를 믿는다

소리 없이 걷는 그늘을

서늘했다가 얼려버리는 지표를 밟는 발바닥을

돋았다 사라지는 지표의 소름을,

 

나는 움직이는 그늘 아래서 너를 맞이하리라

나는 그림자이므로 너의 눈에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어두운 녹색의 말을 걸겠다.

그리고 투명하게 ……

 

(2009)

<새벽>       언제나 제 그림자 위를 떠다니던 배였네   밤새와 낮새의 울음이 겹치는 새벽   창밖에 배 지나가네   그림자조차 없이 완전한,   홀……로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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