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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또는 전염병으로 의심되는 증세도 헤르메스의 빙의 증상 중 하나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서 슈퍼버그 비상"..지구 다른 지역 확산 우려

이희경 입력 2019.01.01. 11:50 수정 2019.01.01. 11:55 

‘지구에서 가장 큰 감옥’으로 불리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항생제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슈퍼버그)가 확산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국경 폐쇄 조치 탓에 부상자를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는 물론 전기, 물 부족으로 위생 상황이 극도로 악화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슈퍼버그가 사람은 물론 동물, 지하수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런 보건 위기가 가자지구만의 문제가 아니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국경없는의사회 등 가자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료진을 인용해 항생제 내성을 가진 슈퍼버그의 출현으로 부상자들의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비영리 언론단체인 탐사보도국은 “수년간에 걸친 고립으로 의료체계가 망가지고 언제나 항생제가 부족한 환경이 형성되면서 가자지구는 슈퍼버그가 탄생하고 배양될 수 있는 곳이 됐다”고 밝혔다.

현지 의료진에 따르면 가자지구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은 슈퍼버그 발생을 억제하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항생제가 부족한 탓에 이 절차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 불규칙하게 항생제를 처방해주거나 부적절한 비율로 항생제가 환자들에게 투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의료용 장갑, 가운 등이 공급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물, 전력 부족으로 의료진들이 손을 씻지 못하는 등 가장 기본적인 위생 기준도 충족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과 이집트, 지중해에 둘러싸인 지역으로 이스라엘은 2007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실효 지배를 시작하자 이 지역에 대한 봉쇄정책을 펼쳤다. 지난해 5월 해상 장벽 설치를 추진하는 등 이스라엘의 봉쇄정책으로 200만여명에 이르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은 극심한 식량난, 에너지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가자지구 주민들은 지난해 3월부터 ‘위대한 귀환의 행진’이란 반이스라엘 시위를 벌이면서 저항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가디언은 이 시위 등의 영향으로 현재까지 200여명이 숨지고 수천명이 부상을 당한 상황에서 슈퍼버그마저 확산하면서 보건 위기가 심각한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해 2월 국경 지역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돌을 던지다 다리에 총상을 입은 파헤드 주후드(29)의 경우 슈퍼버그로 감염 증상이 치료되지 않으면서 현재 다리를 절단할 위기에 놓여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31번의 수술과 항생제 처방에도 염증이 사라지지 않았고, 감염 때문에 뼈 이식 수술도 지연되고 있다고 아흐메드 아부 와르다 박사는 설명했다.

여기에 전문가들은 가자지구에서 생겨난 슈퍼버그가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가자지구를 오고 가는 의료진이 슈퍼버그를 옮길 수 있고, 조류를 통해 슈퍼버그가 이동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또 이집트와 이스라엘도 공유하는 지하수에 슈퍼버그를 포함한 가자지구의 생활하수가 흘러들어갈 경우 현재의 국경폐쇄로 슈퍼버그 확산을 막는 건 불가능하다. 마흐무드 마타르 박사는 “2000여명이 현재 다리에 총상을 입었는데 이들 모두 슈퍼버그에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며 “슈퍼버그로 이 사람들에 대한 치료가 늦어지면서 다리를 절단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동예루살렘 어거스타 빅토리아 병원에서 감염관리책임자로 있는 디나 나세르는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multi-drug resistance)을 보이는 박테리아와 같은 유기체는 국경을 따지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는 지구보건위기”라며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가자지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사진=EPA, 가디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