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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신화는 세계(우주)의 모습과 나(마음)의 모습을 심연의 무의식에서 길어 올린 상징적 표현입니다. 그러므로 신화는 소설처럼 꾸며내는 알레고리적 픽션(허구)이 아니라 표면 구조는, 픽션처럼 보이는 세계와, 세계 속의 신들의 관계를 나타낸 모양이지만, 내면적으로는 그 시대 사람들의 마음(심층의식)의 모양이며 삶의 체현입니다. 신화의 이야기 형식은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의 모양입니다. 또한 스토리텔링은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하여 상대의 감성을 사로잡고 같이 사유하는 산책입니다. 신약성경에는 이야기를 전하는 사도의 객관적 이야기와 그리스도의 실제 마음의 움직임(말과 행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또한 초기불교의 경전은 여시아문(‘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과 게송(붓다의 가르침)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는 발화자의 과거 시점(게송-노래하듯 말하는 가르침)을 현재의 시점에서 반추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서 보기에는 과거이지만, 전일된 마음을 통하여 그 시점으로 가서 그 시점(당시의 현재)에서 봄으로써, 추상화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게 합니다. 앞의 것은 객관적 시각이며 뒤의 것은 직접적인 이끎인 안내입니다.

즉 수화자受話者가 발화자發話者의 마음을 따라 산책하는 것(화용和用언어)이며, 이야기 속에서 발화자의 전일된 마음상태를 같이 자각하면서 알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때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발화자는 수화자의 매 찰나의 마음상태에 따라 그 마음과 같이하며 안내하므로, 즉흥성이 있는 이야기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을 따라 같이 움직이는 스토리텔링의 경우 발화자와 수화자는 마음이 상대와 하나가 되는 전일의 상태여야 합니다. 그래야만 공간적 시간적으로 같은 지점에서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발화자의 마음과 관계없이 수화자의 마음은 엿보기의 모양새로 나타나 겉 부분은 이해하지만, 내면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갖지 못하여 비교하고 억측하게 됩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신화의 모양은 크게 두 가지 모양으로 마주합니다.

하나는 우주의 모양을 신계神界의 모양으로 형상화한 우주론이며, 다른 하나는 마음을 살펴가며 자아自我를 여의어 가는 닦음의 형상입니다.

마주한 모양의 나와 세계를 통합하는 신화는 부분과 전체가 자유롭게 넘나드는 유비적類比的인 사고의 모양입니다. 또한 유비적 사고를 통하여 세계의 모습과 그 속에서의 나의 모습을 이타적 관계로 인식하고, 그에 따라 수평적이며 병렬적인 모양으로, 평등하며 자유로운 자존감을 획득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신화는 산책하듯 이야기를 따라 마음을 같이 하도록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안내하며, 듣는 이들이 스스로 이야기 속으로 들어오도록 전체 또는 어느 부분에서 여백을 제시하여, 이야기를 마음으로 꾸며가며 이야기(신화) 속에서 같이 존재하도록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