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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은 산책하는 그림입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대상의 느낌을 알아차리며 그리는 선은 진정합니다. 풀꽃과 나뭇가지 하나가 완전한 모양을 갖춘 것처럼 그리는 사람은 스스로 완전한 존재임을 알아갑니다. 드로잉은 존재가 존재를 만나 마음을 베껴내어 그리는 세계의 모습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마음으로 보는 세 가지 하늘을 하늘과 땅과 사람의 몸이었다고 합니다. 땅에서 하늘을 우러러 보는 눈 앙관仰觀과 저 하늘에서 땅을 굽어보는 눈 부찰浮察, 그리고 사람을 몸을 투명하게 꿰뚫어 보는 눈 중조中照 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세 가지 마음으로 세상을 보기도 했고, 그림 그릴 때 앙시와 부감시와 수평시의 세 가지 시선으로, 한 그림 안에 그리는 방법을 고원과 심원과 평원의 삼원법이라고 했습니다.

나의 팔은 작은 개미에겐 넓은 대지와 같습니다. 개미가 산책을 합니다. 오솔길을 한 발짝 한발 짝 주변을 살피며 갑니다. 길가에는 작은 관목들과 풀들이 있습니다. 하늘엔 구름이 떠가고 가벼운 실바람이 붑니다.

마른 도랑을 건너니 작은 언덕입니다. 언덕을 올라가니 멀리 바위산이 있습니다. 바위산을 보며 잠시 샛길로 빠져서 오줌을 눕니다. 그리고 다시 가던 길을 갑니다. 한참을 걸어서 바위산 아래 도착했습니다. 잠시 한 숨을 쉬고 바위산을 넘습니다. 산꼭대기를 오르니 주름진 땅과 낭떠러지가 있습니다. 낭떠러지 끝에 서서 저 멀리 보니 구름이 흐르고 있습니다.

산책은 이렇게 한 발짝 한 발짝 현재를 갑니다. 산책길에 잠시 오줌 누러 벗어났던 샛길은 원하던 길은 아니지만, 개미의 산책에서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개미가 걸어간 발자국을 보면 점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점들이 이어져 선이 됩니다. 개미가 걸어간 이 선이 바로 넓디넓은 대지이며 그림 입니다. 산책하는 그림 드로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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