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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등()을 달고

 

 

한국인에게 부처님오신날은 어떤 의미일까빨간 날이기 때문에 단순히 하루 쉬는 날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종교인구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불자수는 7백만명 가량으로 전국민의 14%에 지나지 않습니다그럼에도 부처님오신날은 전국적으로 쉬는 날입니다.

 

금년부터 공식적으로 부처님오신날

 

금년부터 공식명칭이 부처님오신날입니다이전에는 석가탄신일이라 해서 기독교예수의 탄생일인 성탄절과 크게 차별화 되었습니다문재인정부들어서서 명칭을 부처님오신날로 공식적으로 정해져서 이전 명칭을 다시 사용하게 됐습니다그러나 방송에서는 여전히 석가탄신일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이라 하지만 세상은 조용합니다크리스마스때 처럼 분위기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네이버와 다음에서는 첫화면에 배너를 띄어 경축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구글(Google)’은 아무런 경축배너가 없습니다평소 기념일만 되면 갖가지 모양의 배너로 장식하는 것과 매우 대조적입니다 그러나 큰 절 가까운 곳에 있는 셔틀버스정거장은 긴 줄로 인하여 오늘이 바로 부처님오신날임을 실감하게 해줍니다.

 

천도재를 무료로

 

부처님오신날 신림동에 있는 성원정사로 향했습니다고시촌에 있는 성원정사와의 인연은 우연하게 이루어졌습니다집에 공무원시험준비 하는 사람이 있어서 알아 보려고 방문했었습니다성원정사는 고시생들을 위한 기도처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그런데 뜻밖에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성원정사 송위지 법사에 따르면 무료로 천도재를 해 준다는 것입니다이 말을 듣고 매우 놀랐습니다.

 

오늘날 절에서는 천도재로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불전함에 넣는 것 가지고는 절이 유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각종 재로 인하여 수입이 증대 되었을 때 사찰재정도 풍부해질 것입니다이런 이유로 사찰마다 천도재를 하지 않은 절이 없을 정도입니다그런데 천도재 비용이 매우 크다는 사실입니다몇 백만원 단위가 되었을 때 선뜻 나설 수 없습니다서민들에게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 천도재입니다그런데 천도재를 무료로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성원정사에서는 천도재만 무료가 아닙니다각종기도비 등 모든 것이 무료입니다초파일 등값도 받지 않습니다본인이 소원문 적어서 천장에 걸려 있는 연등에 꼬리표를 달면 됩니다.모든 것이 자발적입니다불상 앞에 있는 보시함에 능력껏 넣으면 됩니다보시금이 모이면 고시촌에서 공부하는 고시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합니다성원정사 장학금을 받아 공부하여 고시에 패스한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또 고시생들을 위하여 시험때가 되면 하루 종일 기도 해줍니다그래서일까 이날 고시에 합격하여 연수 받고 있는 사람도 왔고 변호사들도 가족과 함께 왔습니다.

 

우연하게 찾아 간 성원정사에서 천도재를 했습니다그렇다고 일곱 번 다 한 것은 아닙니다세 번 하는 것에 그쳤습니다다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시작할 때는 빠알리 예불문으로 하고 본격적으로 들어 갈 때는 한문예경문으로 합니다그렇다고 죽은 사람을 좋은 곳에 잘 보내 주겠다는 그런 내용이 아닙니다경전에 실려 있는 좋은 문구를 들려 주는 용도입니다예를 들어 제행무상 시생멸법 생멸멸이 적멸위.(諸行無常 是生滅法 生滅滅已 寂滅爲樂)’으로 표현되는 무상게 같은 것입니다.

 

아귀의 세계에 있는 조상들을

 

천도재라 하여 죽은 자를 천국에 보낸다고 하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다만 아귀의 세계에 있는 조상들을 선처로 인도하는 것은 가능합니다이는 부처님도 인정한 사실입니다소부경전에 있는 담장밖의 경(Khp.7)’이 대표적입니다.

 

 

담장 밖의 거리

모퉁이에 있으면서

가신 친지들이 자기 집을 찾아와서

문기둥에 서있나이다.

 

여러 가지 음식과

많은 음료를 차렸으나

뭇삶들의 업으로 인해

아무도 님들을 알아채지 못하나이다.

 

연민에 가득 차서

가신 친지들에게

제 철의 정갈하고 훌륭하고

알맞은 음식과 음료를 헌공하오니,

 

가신 친지들을 위한 것이니

친지들께서는 행복하소서.

여기에 모여 친지의 가신 님들도 함께 했으니

풍요로운 음식의 성찬에 진실로 기뻐하소서.”(Khp.7)

 

 

담장밖의 경은 아귀계에 사는 조상을 초청하여 음식을 보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이는 다름 아닌 제사에 대한 것입니다부처님도 제사를 인정했습니다그래서 친지들에 대한 의무가 실현되었고 가신 님들을 위한 훌륭한 헌공이 이루어지니 수행승들에게 크나큰 힘이 부여되었고 그대들에 의해서 적지 않은 공덕이 생겨났느니라.”(Khp.7)라 하여 제사공덕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원룸형 법당

 

부처님오신날 성원정사로 발길을 돌린 것은 작년 천도재를 지냈기 때문입니다천도재 등도 달았고 공무원합격시험 발원등도 달았습니다그래서일까 대한민국 청년 상당수가 본다는 공무원시험 합격자가 나오기도 했습니다이런 이유로 부처님오신날 성원정사를 찾게 되었습니다.




 

성원정사는 신림동 고시촌에 있는 작은 절입니다상가건물 2층에 있어서 오로지 법당만 있습니다법당 한켠에는 책상과 책장이 놓여 있고 간단한 주방시설도 갖추어져 있어서 요즘 말로 하면원룸형 법당입니다.

 




성원정사는 주로 고시생들이 찾아 옵니다송위지 교수가 외대교수직을 그만 두고 팔구년 전에 개원 했습니다스님이 아닌 재가법사가 절을 운영하고 있는데 주로 고시생들을 위하여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고시생들을 위하여 명상지도도 하고 장학금을 주기도 합니다그래서일까 사법시험 등 성원정사를 거쳐간 사람들이 많습니다매주 목요일에는 불교대학 강좌가 있습니다.

 

빠알리 예불문으로

 

부처님오신날 오전 11시 성원정사에 도착하니 예불이 시작되었습니다시작은 빠알리 예불문입니다. “나모땃싸 바가와또로 시작되는 예경문과 빠짜실라(오계), 그리고 삼보예찬 순으로 진행됐습니다오늘이 부처님오신날이어서일까 이른바 테라와다불교 삼대 예불문이라 불리우는 자애경(Metta Sutta, Sn1.8), 보배경(Ratanasutta. Sn2.1), 축복경(Magalasutta, Sn2.4)을 빠알리어로 독송했습니다.

 

 





우리말로 된 빠알리 예경문을 나이 어린 소년도 잘 따라 합니다그런 송위지 교수는 젊은 시절 스리랑카에서 칠팔년 공부한 유학파 출신입니다.

 



 

축원을 해주고

 

소원문을 하나 작성했습니다주소와 가족이름을 쓰고 소원문을 작성했습니다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소원문구를 정전협정 평화협정을 써 넣었습니다소원문은 수거하여 모두 축원해 줍니다한사람 한사람 주소와 이름과 소원을 말해 줍니다.

 



 

소박한 관불의식

 

이날 법회에는 20명 가량 모였습니다주로 송위지 교수(법사)와 인연 있는 사람들입니다참석자 중에는 변호사들도 있고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연수받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또 고시공부하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작은 원룸형 법담에서 빠알리 예불의식으로 약 30분간 진행되었습니다다음은 어느 절에서나 볼 수 있는 관불식입니다.

 



 

 

작은 절 성원정사에서도 아기부처님상이 준비 되었습니다작은 상위에는 꽃으로 장엄 되어 있습니다이제까지 보던 것 중에 가장 소박한 것입니다나이가 가장 많은 할머니가 가장 먼저 아기부처님 정수리에 물을 부어 주었습니다.

 





 

송위지 교수의 법문

 

불과 20명 가량 밖에 되지 않은 작은 인원입니다큰 절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시끌벅적하게 행사하는 것과 매우 대조적입니다인원이 적어서 관불식은 금방 끝났습니다다음은 송위지 교수의 법문시간입니다.

 

송위지 교수는 행복과 불행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려 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마음먹은 대로 실행에 옮기는 것이 선업을 짓는 것이라 했습니다이번 생에 조금이라도 좋은 업을 지으면 내세에 좋은 곳에 태어나고좋은 곳에 태어나서 또 좋은 업을 지으면 계속 향상될 것이라 했습니다마침내 아라한이 되고 부처가 될 것이라 합니다.

 





 

송위지 교수는 법문 중에 남북평화발원 이야기를 꺼냈습니다아마 소원문에 정전협정 평화협정문구가 인상에 남았던 것 같습니다이에 대하여 초기경전 세기경 등을 근거로 들어 불교에서는 이미 민주주의가 실현 되어 있다고 했습니다링컨이 국민의국민의 의한국민을 위한’ 민주주의를 역설했지만 초기경전에 그런 내용이 이미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이에 대한 근거로 디가니까야 세계의 기원에 대한 경(D27)’에 나오는 마하삼마따(mahāsammata)’를 들었습니다.

 

마하삼마따(mahāsammata)는 민주(民主)

 

송위지 교수에 따르면 마하삼마따는 한역으로 민주(民主)’라 합니다처음 듣는 놀라운 말입니다마하삼마따는 주민들이 뽑은 왕의 이름입니다성겁기간이 되어 세계가 생겨날 때 사람도 생겨나고 남녀도 구분되었습니다점차 나쁜 쪽으로 악화 되어 감을 말합니다나중에는 훔치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이에 주민들은 중지를 모아 자신을 지켜 줄 왕을 뽑았습니다그 왕 이름이 마하삼마따입니다그런데 한역으로 민주라 합니다.

 

주민들이 뽑았기 때문에 민주라 했을 것입니다이렇게 본다면 링컨이 말한 국민의국민의 의한국민을 위한라는 민주주의 원리가 초기경전에 이미 설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마하삼마따의 출현에 대하여

 

디가니까야 세계의 기원에 대한 경을 보면 마하삼마따 왕의 출현편이 있습니다경에 따르면 오계를 어기는 자들이 나타났을 때 이를 다스릴 누군가가 필요 했던 것입니다그래서 우리가 꾸짖어야 할 자를 바르게 꾸짖을 수 있고비난해야 할 자를 바르게 비난할 수 있고추방해야 할 자를 바르게 추방할 수 있는 한사람을 선정하면 어떨까?”(D27)라고 생각한 것입니다이렇게 한사람을 선정해서 우리는 그에게 쌀을 몫으로 나누어 줍시다.”라 했습니다.

 

주민들은 자신들을 보호해 줄 지도자를 필요에 의해서 뽑았습니다일을 하는 대가로 쌀즉 충분한 보상을 해 주었습니다이것이 리더의 출현입니다마하삼마따의 출현에 대하여 경에서는 이렇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바쎗타여, ‘많은 사람에 의해서 뽑힌 자이기 때문에 마하쌈마따마하쌈마따.’라는 첫 번째 칭호가 생겨났다바쎗타여, ‘토지의 주인이라 해서 캇띠야캇띠야.’라는 두 번째 칭호가 생겨났다바쎗타여, ‘법으로 남을 다스린다.’라고 해서 라자라자.’라는 세 번째 칭호가 생겨났다.”(D27)

 

 

경에 따르면 고대 인도에서 계급이 생겨난 이유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사성계급이 태생이나 출생에 따른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생겨난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특히 마하삼마따의 출현에 대해서는 권력이라는 것은 쟁취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에 의해서 임시로 맡겨진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그래서일까 한역 아함경에서는 마하삼마따에 대하여 민주라고 번역했는데 매우 탁월한 번역이라 봅니다.

 

부처님이 보살로 살 때

 

청정도론에서는 마하삼마따에 대하여 부처님이 보살로 살 때와 관련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청정도론 제13장 곧바른 앎에 표현된 마하삼마따 이야기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이 뭇삶들이 결의할 때현겁에서는 세존께 아직 보살로서 그 무렵 그들 뭇삶들 가운데 가장 수려하고 가장 용모가 뛰어나고 가장 권능이 있고 지혜를 갖추고 자제와 책려의 능력이 있었다그들은 그에게 다가가서 청원하여 그를 선출했다그는 그 대중들이 선출했기 때문에 마하 쌈마따이고국토의 주인이기 때문에 왕족이고여법하고 평등하게 타인을 선무하기 때문에 왕이라는 세 가지 이름으로 알려졌다세상에서 희유한 지위에 관한 한보살이 거기서 최초의 사람이었다.”(Vism.13.54)

 

 

청정도론에서는 디가니까야에서 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니다오계를 지키지 않는 자들을 다스리기 위하여 출중한 자탁월한 자를 선발했는데 주민들을 위하여 일을 해 주기 바란 것입니다그런 마하 삼마따는 여법한 왕이라 했습니다다름 아닌 정의로운 왕입니다오늘날 국민의국민에 의한국민을 위한’ 민주주의 3대 원칙은 이미 초기경전에서 실려 있고 정의로운 왕을 선출함으로 인해 가능했던 것입니다디가니까야 세계의 기원의 경(M27)’에서 볼 수 있는 마하삼마따는 국민들이 선출한 정의로운 왕입니다.

 

비빔밥 아닌 식사

 

송위지 교수의 법문이 끝나고 점심식사를 했습니다큰절에 가면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비빔밥 먹는 것이 보통입니다그러나 성원정사의 경우 사람이 얼마 되지 않아 상을 차렸습니다책상이 밥상으로 변신하여 갖가지 나물과 채소로 이루어진 식사가 제공되었습니다여기에 과일까지 곁들여서 대접받는 듯 했습니다.

 

 


 

평화의 등()을 달고

 

등을 하나 달았습니다이름을 평화의 등()’이라 붙여 보았습니다꼬리표에 주소와 이름을 쓰고 또 다른 꼬리표에는 정의로운 세상평화로운 세상정전협정평화협정이라는 문구를 써 넣었습니다정의로운 지도자가 다스리면 평화로운 세상이 올 것입니다궁극적으로는 전쟁 없는 나라로 만들어야 합니다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전협정과 평화협정을 맺는 것입니다그렇게 된다면 정의로운 세상과 평화로운 세상은 실현될 것입니다.

 



 

 

2018-05-22

진흙속의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