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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리

haeoreum 2017. 5. 2. 14:54

 

고마리

작년 가을 충주 중앙탑 근처 강가에서 본 고마리 꽃송이, 송이가 작아 지나치기 쉽지만 꽃머리가 붉게 물든 모습이 밝고 아름답다.

수필집 '어제를 향하여 걷다'를 지은 야마오 산세이는 그의 수필 "다만 나팔꽃이 피어 있을 뿐인데"에서 나팔꽃을 서양에서는 '모닝 글로리'라고 부르는데 일본에서는 '아침 얼굴'이라는 의미의 '아사 가오'라고 부른다고 했다. 우리말 얼굴은 얼이 드러나는 모양이라고 한다. 우리말 '나팔꽃'에서 나팔은 내면으로부터 자신의 소리를 세상을 향해 질러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예전 같지않은 기억 때문에 한참동안 쓰기를 멈추었었다. 어느새 세상에 꽉 차오르는 새 봄에 새로운 것을 쓰지못하고 지나간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작년 가을에 찍은 고마리 사진이 있다. 그리고 여러 해 전에 쓴 시 가을이 있다.

 

가을

 

고마리 꽃이 점점이 박힌

옷깃 끄트머리가 분홍으로 살짝 젖은

폭염을 거두는 햇살처럼 자신의 욕심을 비우는

나무와 벌레에게 내부의 우물을 비우게 하는

내 손을 잡고 흔들리며 걸어가

깊은 그늘에서

흰 눈으로 덮어주고 돌아갈

안될 걸 알면서도 놓으려는 손을 붙들고 싶은

깊고도 붉은 외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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