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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요의 산은 그림처럼 푸르고, 물은 맑게 소리 내어 흐르고, 새는 즐겁게 지저귀고, 꽃은 취하도록 향기롭고, 집들은 평화롭게 잇대어 서 있고, 여섯 가축은 번창하고, 사람들은 모두 오래 살 뿐 아니라 해마다 풍년이고, 지도자는 주민들이 직접 뽑고, 뽑힌 이들은 오직 주민을 위해 일하고, 주민은 누구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

 

옛날 중국에는 도화원(桃花源)이라 불리는 꿈이 있었고, 근대 영국에는 유토피아가 있었다. 그것들은 모두 사람이 꿈꿔온 이상향이다. 선가에 전해오는 대동세계(大同世界)도 마찬가지일 것이며, 불교의 정토도 이와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작은 산마을에도 그런 꿈은 있었으니, 윈난 리쑤족의 환락국도 그런 곳이고, 중앙아시아의 파라다이스도 그런 곳이라 하겠다. 그 가운데 이번에는 윈난 징포족(景頗族)의 영웅 짜탕’(紮鼎, 짜팅)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우레귀신 아무(阿木)가 그 산의 꼭대기 일대에서 노닐고 있는 참에 느닷없이 우는 소리와 도움을 구하는 소리를 들었다. 소리를 듣고 바로 쫓아가서 그 까닭을 묻자, 그는 자신의 이름이 짜탕이며 포악한 추장인 아단도(阿瞻都)의 미움을 사서 쫓기고 있다고 했다. 이에 우레귀신 아무는 짜탕을 데리고 하늘세계인 꾸요’(鞏龍)로 가서 안전하게 살도록 했다.

 

꾸요의 산은 그림처럼 푸르고, 물은 맑게 소리 내어 흐르고, 새는 즐겁게 지저귀고, 꽃은 취하도록 향기롭고, 집들은 평화롭게 잇대어 서있고, 여섯 가축은 번창하고, 사람들은 모두 오래 살 뿐 아니라 해마다 풍년이고, 지도자는 주민들이 직접 뽑고, 뽑힌 이들은 오직 주민을 위해 일하고, 주민은 누구나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

 

이를 보고 힘과 꿈을 얻은 짜탕은 꾸요에서 다시 징포족의 산채(山寨)로 되돌아왔다. 이 소식은 빠르게 퍼져서 대나무 다락집(竹樓)에 사는 모든 이들이 알게 되었고, 그들은 짜탕을 찾아와 하늘세계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에 추장인 아단도는 지난 일도 생각나고 자신의 권력도 안전하지 않다 여겨서 군대를 이끌고 짜탕을 치러 왔다. 결국 짜탕과 아단도 사이에 싸움이 일어났고, 짜탕의 이야기에 다시 꿈을 찾은 주민들이 짜탕을 도와 꿈이 없는 아단도의 군대를 물리쳤다. 꿈이 없는 아단도의 군대는 오합지졸이어서 꿈을 되찾은 짜탕의 사람들을 보자 새와 짐승처럼 흩어져 순식간에 무너졌던 것이다. 추장인 아단도도 형세가 좋지 앟음을 알고 도망을 쳤으나, 끝내 짜탕에게 추격을 당해 한칼에 죽었다.

 

이에 짜탕은 추장인 아단도의 모든 재산을 주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주었고, 아단도의 노예들도 자유를 얻게 되었다. 또 하늘세계인 꾸요를 본 따서 징포족의 산채를 다시 세웠다. 즉 일이 있으면 모든 주민이 서로 상의하고, 어려움이 있으면 서로 도우고, 지도자와 주민 사이에 차별이 없도록 했다, 물론 지도자는 주민이 뽑고, 모든 주민은 지도자가 될 쉬 있도록 했다. 그러자 멀지 않아 이들의 산채는 참으로 하늘세계인 꾸요와 같아지게 되었으며, 징포족의 대나무 다락집에선 모두 즐거운 이야기와 웃음소리가 가득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징포족의 꾸요 전설이며, 그들은 이런 전설상의 제도를 아직까지 꾸요라고 기억하고 있다. 꾸요는 아직까지 그들의 꿈이며, 그들이 마시는 차는 짜탕과 꾸요의 사람들이 그 전설과 함께 전해준 꿈의 신약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차를 마신다는 것은 그런 꿈을 버리지 않았다는 징포족의 다짐이기도 하다. 또 그 다짐은 아직도 유효한 우리들의 꿈을 담고 있기도 하다. 한칼에 마구니를 잘라내고, 모든 것을 고르게 돌려 제 자리에 있게 하는 참선자의 마음도 아와 다르지 않다 할 것이다.

 

허나 어찌 꾸요를 흉내낼 것인가? 꾸요를 배울 따름이니, 차는 바로 꾸요를 배우는 이의 마음이며, 참선하는 이의 마음에 담긴 정토의 꿈은 아닐 것인가.

 

 

<차를 마시고 마음은 내리고> 박현 지음  도서출판 바나리비네트 펴냄  "오유(烏有)의 마을을 꿈꾸다"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