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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영의 빵 굽는 타자기]당신에게 온 간디의 편지

김민영 입력 2018.03.16. 11:02 수정 2018.03.16. 11:21 
정신의 가치를 일깨워주다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누군가 마하트마 간디에게 급히 물었다. "세상에 주는 당신의 메시지가 무엇이오?" 간디가 답했다. "나의 삶이, 나의 메시지요." 이 짤막한 대답에는 삶을 대하는 그의 철학이 배어있다. 말로 장황하게 삶을 꾸며내지도 설명하지도 않겠다. 내가 살아온 발자취를 통해 본인의 가치관과 철학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비폭력ㆍ불복종ㆍ평화운동의 성자. 인도 시인 타고르가 지어준 '마하트마 간디'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 인도 서부의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변호사가 됐지만 정치운동가로 삶의 궤적을 바꾼 사람. 간디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인물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이 인도 독립의 약속을 저버리고 지배를 이어가자 그는 영국 상품 불매, 납세 거부, 공직 사퇴 등 불복종 운동으로 저항한다. 맨발로 거대권력에 맞서 싸운 그는 '평화운동'의 아이콘이다.

하지만 운동가로서의 간디의 모습뿐 아니라 그가 어떤 철학과 가치관으로 삶을 살았는지 구체적인 사정을 우리는 모른다. 조금이나마 그가 가진 삶의 태도와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 그래서 반갑다. '간디의 편지'는 1930년 예라브다 형무소에 수감됐을 때 쓴 에세이 열다섯 편을 묶은 책이다. '빵 굽는 타자기'의 작가 폴 오스터는 '작가란 글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는 운명'이라고 했다. 간디는 상상이 아닌 실제로 감옥에 갇혀 주옥같은 메시지를 길어 올렸다. 에세이 열여섯 편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삶과 행동의 일치다.

누구나 평화롭기를 바란다. 하지만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재민이 무수하다. 입으로는 평화를 외치지만 국가들은 대치하고 지도자들은 전쟁을 방관하거나 소극적으로 동조한다. 이들에게 가하는 간디의 일침이 매섭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 평화로 가는 길을 찾을 궁리만 하지 말고 스스로 평화를 실천하라는 얘기다. 이 책은 힌두인들만을 위한 글은 아니다. 진실, 비폭력, 노동, 무소유, 과용, 겸손, 서약 등 그가 다루는 주제들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일상에서 목격하고 지켜내야 할 가치들이다. 이 글을 썼을 때 그의 나이는 61세였다. 나이가 들면 현실과 타협하고 삶의 원칙들이 느슨해질 법도 한데 편지들에서 그의 꼬장꼬장한 원칙주의자의 면모가 유감없이 드러난다. 자 이제 그의 음성을 따라가 보자.

"나를 힘들게 하는 자들을 견뎌낼 것인가? 아니면 그들을 파멸시킬 것인가?" 남들을 계속 파멸시킨 사람은 자기 길을 가지 못하고 자기 있던 자리에 머물 따름이었지만, 힘들게 하는 자들을 견뎌낸 사람은 자기 길을 앞으로 나아갔고 동시에 자기를 힘들게 하던 자들도 함께 데리고 갔다는 사실을 그는 깨달았다. 여기서 포인트는 그저 견디는 게 아니다. 상황과 사람을 인내하되 나만의 방식으로 처한 상황을 헤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의 인간성에 반하지 않을 자가 누가 있을까 싶으면서도 손해 보지 않으려 서로를 헐뜯기 바쁜 현대인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모틸랄은 처음부터 재봉사였고 그 뒤에도 재봉사였다. 하지만 그의 정신이 바뀌자 그의 작업은 예배가 됐다. 그가 남들의 행복과 안녕을 생각하기 시작하자 그의 삶이 진정한 예술품이 됐다. 우리는 흔히 사회적 지위를 보고 상대를 재단한다. 사회적 지위에 처해 불의하기도 한다. 자신의 처지도 비관한다. 직업과 그 사람의 가치를 동일선상에 두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진실을 할 수 있는 만큼 따르겠다고 말하는 건 괜한 헛소리다. 사업가는 언제 얼마를 '할 수 있는 만큼' 지불하겠다는 어음에 눈길도 주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신도 '할 수 있는 만큼 진실을 따르겠다'는 약속어음 따위 받지 않을 것이다. "진실을 향한 무한한 헌신을 권하는 간디. 그의 언어들은 몸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정신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