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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고 마음은 내리고

글, 박현(朴賢)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다

"사람이 사는데는 참으로 기막힌 말들이 많다. 그래서 가끔은 황당하기도 하고 가끔은 억울하기도 할 수 있다. 어느 날 길을 가다 머리 위에 물이 떨어지면 황당할 것이고, 그것이 하필이면 새로 옷을 입고 나온 다음이면 조금 억울할 수도 있다.

왜 그럴까? 언뜻 생각나는 오래된 설화 하나, 그것은 윈난성 소수민족의 하나인 리쑤족의 것이다. 이 설화는 사소함이 지어내는 운명의 굴레를 이야기하고 있다.

"어느 사냥꾼이 곰 한 마리를 잡았다. 그는 곰을 등에 짊어지고 마을로 가기 위해 가파른 고개를 올라섰다. 이때 쌔롱쌔롱 울어대는 작은 매미한 마리가 사냥꾼의 귀 속으로 달려들었다. 그는 놀래서 한 손을 빼서 매매를 잡았다. 그러자 짊어진 곰이 머리부터 아래로 떨어지면서 가파른 고개를 따라 이리저리 굴러 내려갔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일렬로 서 있던 나무울타리에 부딪쳐 나무 울타리가 무너졌다. 또 하필이면 공교롭게도 나무 울타리는 큰 쥐 한 마리를 덥쳤고, 쥐는 "찍찍" 소리를 내면서, 이리저리 이빨을 벌리다가 그만 호박 덩굴을 물어 뜯었고, 그 가운데 큰 호박 하나가 산골짜기에 있는 우거진 숲으로 굴러 내려 갔다.

그 호박은 결국 파초 한 그루를 덮쳤고, 파초나무가 쓰러졌다. 그러자 나무 위에 서식하던 박쥐가 떨어지면서 이리저리 흩어져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때 작은 박쥐 하나가 몹시 아파서 마구 날아다니다가 코를 펴고 댓잎을 말아 올리는 코끼리의 큰 귓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코끼리도 참기가 힘들어 마구 날뛰기 시작했는데, 그 걸음에 채여 돼지가 죽었다. 또 개와 양도 밟혀 죽었고, 소와 말은 서로 짓밟기 시작했으며, 닭들도 놀라 이리저리 설치게 되었다. 이에 동네에 살던 사람들옫 큰 곤경에 빠졌다.

이에 하늘의 신이 화가 나서 말하기를, "만사에는 다 근원이 되는 까닭이 있다" 하고, 명령을 내려 그 작은 매미의 오장을 꺼내버렸다.  그 뒤 매매는 아파서 "아야, 아야" 하며 울기 시작했는데,  그 뒤로 매미는 모두 "아야, 아야" 하며 운다."


이 설화를 보면 사소한 일이 구르고 구르면 그것이 어디에 이르게 될 것인지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이 인과를 다 아는 것이 지혜일 것이니, 이를 모르고 말하는 진리에 어찌 진리가 있겠으며, 이를 모르고 주장하는 옳고 그름에 무슨 옳고 그름이 있을 것인가?

이 설화는 참 간단하면서도 진실하다, 비록 매미를 문제 삼고 있지만, 꺼낸 것이 매미의 내장이라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제 자신'을 가리키는 상징인 것이다. 제 그릇된 마음으로 남을 다치게 하고나서도 사람은 제 잘못을 모른다. 제 내장을 꺼낼 줄 모르고 남의 탓을 한다.

차를 마신다는 것이 인과를 보는 눈을 길러주지는 않는다. 그것은 다만 인과를 바라보는 과정에서 진실로 필요한 용기를 기를 수 있는 여유를 준다. 참선도 마찬가지이니, 참선이 곧 인과를 바라보는 눈을 길러주지는 않는다. 다만 제 내장을 꺼내보는 용기를 기르게 한다.

인과를 바로보지 못하는 까닭이 곧 제 자신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장애 때문이기 때문이다. 제 자신이 저지른 일임을 바라보는 눈이 있으면, 인과를 바라보기가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차 한잔을 마시는 까닭은 늘 지혜와 지혜에 대한 목마름이 그 원인일 것이고, 차를 마시면서 마음을 눅이는 것은 지혜를 구하는 이의 겸허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바나리비네트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