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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남의 말하기 쉽지 않으나, 남의 부모를 죽이는 것에 값하기 위해 자신의 보모을 죽이고, 결국 남의 부모를 죽이는 미친 놈이 있어서 고금에 무어라 부르는지 궁금했는데,
죄값이 커서인지 부르는 말은 없고 단 하나 있는 것이 '부르고 나서 일곱 번을 입을 씼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 놈은 대낮에 뉘우치는 기색도 없고 나라에서도 오히려 죽은 이의 자식이 자수를 권했다고 벌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다.

부모를 죽인 죄

고준기 박사의 세상바라보기고준기l승인2004.09.01 00:00:00l0호

최근 광주에서 아버지로부터 꾸지람을 듣자 격분, 아버지를 살해한 고교생 사건이 있었고, 경기 광명에서는 2급 중증 지체장애인인 아버지를 목졸라 숨지게 한 아들도 있었다. 지난달에는 마산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토막살해한 후 사체를 유기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살해 동기야 어찌되었든 잇따른 부모 살해사건을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한 논객의 글을 빌리면 소크라테스는 어머니에게 불효막심한 맏아들 람프로클레스를 타이르는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 가운데 이런 대목이 나온다. “너를 기를때 네 마음속에 부모가 들어가 공존할 마음의 여지를 마련해 주지 못한 아비의 잘못이 크다”라고 말이다. 가정이나 학교교육에서 부모나 이웃을 배려하는 윤리적 성숙, 곧 인성을 길러주지 않고 이기적 자기만 비대시키는 그런 한국적 터전에서는 아무리 많이 배우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교훈을 많은 사건에서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인간 창조신화에서는 조물주가 진흙으로 인간을 만들어 놓고 마음을 불어넣어 줄 때 열칸으로 나누어 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열칸의 마음 가운데 세칸만 네가 갖고, 일곱칸은 남을 위해 비워두어라” 라고 말이다. 이기적 자기가 비대해질대로 비대해진 요즘 젊은이들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들어갈 단 한칸의 마음도 남김없이 이기적 자기로 채우고 있어 약간의 금전적 타산으로도 아버지의 목에 칼을 들이 대고 난자를 서슴지 않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우발성이 아니라 고의성·개연성있는 부모살해라서 많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다.
중국 등 동양에서는 10세기경부터 죄 가운데 가장 악질적인 죄는 국가적으로는 군주를 배반하여 사직을 전복하는 것이요, 가족내에서는 조부모·부모·夫를 살해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죄인은 단숨에 목숨을 끊는 참형보다는 시간을 걸리게 해서 최대의 고통을 준 뒤에 목숨을 끊게 하고자 능지처참을 과하게 되었다. 즉 죄인을 산채로 묶어 놓고, 살을 저며서 뼈만 남긴후에 심장을 찌르거나 사지를 모두 자른 후에 심장을 찔러 죽이는 것이다. 능지(陵遲)라는 말은 능지와 같아 산의 경사가 완만한 것을 뜻하며 그처럼 서서히 목숨을 끊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 속대전에서는 부모를 살해한 경우에 처와 자는 종으로 만들고, 그가 살던 집을 헐어버리며, 그가 살던 곳의 읍호를 강등하였다. 목사,부사, 군수, 현령의 읍은 현감의 읍으로 강등하고 수령을 파직할 정도로 혹독한 형벌을 가하였다. 
청 말인 19세기 중엽에도 처와 함께 어머니를 매로 때린 어떤 사인부부(士人夫婦)를 박피형을 처했다고 한다. 
성종(成宗)때 학자 성현(成俔)의 용재총화(傭齋叢話)에 보면, 평안도나 함경도와 접경해 사는 야인(野人)들의 살아비(弑父) 풍습에 대한 견문이 이렇게 적혀 있다. 어버이가 늙어서 능히 걷지 못하면, 자식이 성찬을 베풀어 융숭하게 대접하고 묻기를 “아버지, 곰 되고 싶습니까, 호랑이가 되고 싶습니까? 아버지가 원하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하고 가죽 부대에 아버지를 담아 묶은 다음 나무에 걸어 활을 쏘아 죽이는데, 화살 한 방으로써 죽이는 것이 참된 효자라 했다. 인류의 최고(最古)의 함무라비 법전에도, 자식이 아비됨을 부인하거나 도리를 못다하거나 유산을 욕심내면 그 자식의 이마에 문신으로 묵형(墨刑)을 가해 내쫓되 이런 자가 걸식하러 오면 음식을 주어선 안 되게끔 하여 굶어 죽게 했다 한다. “효경이 같은 놈?”하면 우리 조상들이 써온 가장 흉악한 욕말이다. 부엉이(梟)는 제 어미를 잡아먹고, 경이라는 범처럼 생긴 짐승은 제 아비를 잡아먹는다 하여 불효막심한 자를 일컫는 욕말이다. 이 욕을 한 사람은 집에 돌아와 일곱 번 입가심하여 입안의 흉기를 씻어내야 했다한다. 이 세상에서 부모를 죽이는 것보다 더 큰 죄악은 없기때문일 것이다. 조선조 판례집이랄 수 있는 추관지(秋官志)에 제 어미를 죽인죄가 적혀있다. 그 하나는 형제간에 다투는 것을 말리던 어머니가 몽둥이에 잘못 맞아 죽은 과실치사요. 다른 하나는 아들이 활 연습을 하면서 오발한 화살에 맞아 숨진, 역시 과실 치사가 전부다. 한데도 어미를 죽인 죄를 적용하여 때를 기다리지 않고 사형에 처했다고 한다. 이처럼 부모를 죽이는 것은 효경이나 살모사가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임을 동서고금의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고준기  webmaster@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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