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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담요 김억주의 정호잔에 원미소타


차를 마시고 마음은 내리고

길이 없으면 다니기가 어렵고 이미 난 길도 오래 다니지 않으면 다시 길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던가. 물과 불이 맞서고 어울리는 가운데 바람이 불면, 그 바람이 대개 번뇌일 것이니, 이 또한 생각이 길을 찾지 못한 것이거니 타고나면서 있던 길마저 잃어버리는 것과 그게 다르지 않다 하겠다.

참선을 하는 이가 화두를 잡는 까닭도 거기에 있어, 화두를 길잡이로 잡아 그 길을 얻으려하는 것이지만, 물과 불이 어울림을 잃고 거센 바람이 그 길을 가로막는다면, 그 화두가 무슨 힘이 있어 망망한 그 바람을 뚫고 거칠어진 길을 열어내겠는가?

스승의 말씀 <차를 마시고 마음은 내리고> 중에서



한식날의 비


황주에 온 뒤로

세 번이나 한식을 지내는구나.

해마다 봄빛을 아끼려고 하건만

봄빛이 가버려서 아낄 수가 없구나.

올해도 봄비가 구질구질 오래 내려

두 달 동안 가을처럼 쌀쌀하였네.

누워서 듣자니 해당화 꽃의

새빨간 눈송이가 진흙에 묻혔다네.

어둠을 틈타 몰래 지고 갔으니

밤중에 참으로 힘 있는 자 있었나 봐.

무엇이 다르랴 병든 소년이

병이 나아 일어나면 머리가 하얀 것과.


소동파의 <여산 진면목> 한식날의 비 중에서



 

루이 아라공에게 물어 보시라;


 노름이 중단된 사이에, 노름꾼들이 타오르는 펀치 한 잔을 둘러싸고 모이는 동안,

나는 나무에게 그 붉은 리본을 늘 달고 있는지 어떤지 물어보았다.


앙드레 부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 1924> 중에서



2의 저승사자


비구들이여! 염마왕은 그에게 제1의 저승사자에 대해 신문 심판 훈계를 하고 나서, 2의 저승사자에 대해 신문 심판 훈계한다.

네 이놈, 너는 제2의 저승사자가 인간계에 태어난 것을 본 적이 있느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보지 못했습니다, 대왕마마.”

비구들이여! 그에게 염마왕은 이렇게 말한다.

네 이놈, 너는 인간계에 남녀가 태어나 여든 아홉 백 살이 되어 늙고, 등이 서까래처럼 굽어 지팡이에 몸을 의존하여 걸으며, 병들고 기운은 쇠약하며, 치아는 빠지고 머리는 새하얗게 되어 빠지며, 대머리가 되고 주름살투성이며, 몸속에는 빈대가 있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보았습니다. 대왕마마!”

염마왕은 다시 이렇게 말한다.

네 이놈, 나이가 들어 사리분별을 할 때 나도 또한 늙음을 초월할 수 없다. 그러니 나도 몸에 대한 입에 대한 뜻에 대한 선을 짓자고 이러한 생각을 하지 않았던가?”

저는 무의미하게 보냈습니다. 대왕마마! 저는 방일하게 보냈습니다, 대왕마마!”

네 이놈, 방일한 채 몸과 입과 뜻에 대한 선을 짓지 못했다면, 반드시 너는 그 방일한 것에 따라 벌할 것이니라. 너의 이러한 악업은 어머니가 지은 것도 아니고 아버지가 지은 것도 아니며, 형제가 지은 것도 아니고 자매가 지은 것도 아니며, 친구가 지은 것도 아니고 친척이 지은 것도 아니며, 사문 바라문이 지은 것도 아니다. 이 악업은 바로 너 자신이 지은 것이다. 너 자신이 이 악업의 과보를 받아야 한다.”


<아함경> 염마의 신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