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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그 땅의 넓이와 나라의 힘이 대륙의 당나라와 견주어 모자람이 없었던 대리(大理), 실질적으로 이 나라를 이끌었던 종족은 바이족(白族)이었다. 그들은 오늘날 현대화라는 거센 물결에도 굽히지 않고 스스로의 문화를 바탕으로 삶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그들에게는 독특한 차문화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삼도차(三道茶), 삼도차는 토팔완(土八碗)과 더불어 손님을 맞이하는 바이족의 전통이기도 하다. 여덟 접시에 팔괘를 상징하는 음식들을 담아 손님대접을 하는 것이 토팔완이라면, 세 가지 차를 차례대로 내어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 삼도차다.

이 가운데 토팔완은 대리의 땅을 함께 향유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삼도차는 대리 사람의 인생역정을 함께 나누자는 뜻을 담고 있다. 즉 토팔완은 대리 사람의 공간이요 삼도차는 대리 사람의 시간이라 해도 그리 틀림은 없다.

 

손님을 맞이할 때 바이족은 먼저 볶은 찻잎을 우려서 만든 이른바 고차(拷茶)를 내놓는데, 이 맛은 꽤 쓰다. 한편으로 이 차는 손님의 위()를 편하게 하는 것이며, 다른 한편 손님에게 삶의 쓴맛을 함께 나누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그것은 손님에게 진심으로 자신의 삶을 고백하는 마음을 담기도 하는데, 이것은 손님에게 숨김이 없으려 하고 마음에 닫힘이 없으려 하는 바이족의 마음씨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꿀과 발효우유 등을 배합한 단맛의 차를 내놓는데, 이것은 손님의 심장을 편안하게 하려는 것임과 아울러 삶의 단맛을 함께 나누겠다는 약속의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이것은 손님에게 어떤 것도 아끼지 않겠다는 마음을 담고 있으며, 바이족은 어떤 것도 아끼지 않고 손님에게 즐거움을 드리겠다는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산초열매와 계피 등을 배합한 복잡한 맛(回味)의 차를 내놓는데, 이것은 육체적인 감각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임과 아울러 너와 나를 나누지 않고 하나로 섞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마치 많은 줄기의 강물이 흘러 바다로 들어가듯 바이족은 그렇게 하나 됨을 찾으려 한다.

 

바이족은 원래 이런 차를 내놓으면서 노래를 부른다. 보통 아다요’(어서오세요)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그 뜻은 밝으신 님이여이다. 물론 요즘은 대리를 상징하다시피 된 유명한 근대민가인 대리의 삼월, 그 아름다운 풍경’(大理三月好風光)을 부르기도 하고,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달타령’(月調)를 연주하기도 하지만, 그 습성의 근본에는 바뀜이 없다.

 

또 손님이 즐겁게 차를 마시면 나워이니라는 인사를 거듭하는데, 이는 , 태양과도 같이 고마운 이여라는 뜻이며, 이는 고마움을 표하는 백족의 대표적인 인사말이기도 하다.

 

아무튼 백족의 차문화를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방어와 경계함이 없음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현명하지만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마음을 내지 않기에 부질없는 관념에 매달리지 않는다. 어느 마을 어느 종족의 것이든 아름답고 착한 것이면 다 받아들이고, 아무리 스스로의 것이라도 모자라고 그른 것이면 고치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참으로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이것이 그들의 삼도차에 담긴 마음이며, 그들 차문화의 원칙이다. 마음을 열고 보면 무엇이 진정 아름다운 것이고, 무엇이 참으로 훌륭한 것인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문제는 그렇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데 있을 따름임을 백족의 차문화가 잘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참선을 하는 이의 마음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니, 마음길을 열고 보면 부처님의 형상도 고집할 것은 아니요, 팔만대장경도 욕심꺼리는 아닐 것이니, 그것이 어찌 한 사람의 밝은 마음길만 할 것인가.

 

 <차를 마시고 마음은 내리고> 박현 지음 바나리비네트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