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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에 이르기를 "하늘은 살림이요 죽임이시니"라고 했는데, 동짓달 갈부리댓물에서도 이 구절을 생각하게 된다. 봄이 되어 만물을 살리는 것도 하늘이요 가을이 되어 만물을 거두는 것도 하늘이시니, 갈부리댓물을 마시면서 하늘이 나에게 삶을 주신 까닭을 생각하고, 하늘이 나에게 죽음을 주신 까닭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 서로 도적질을 한가"고 이른 말도 있는데, 이제 생각하면 이 말도 옳은 말이다. 비록 하늘이 나에게 생명을 주셨지만, 나의 삶은 많은 것을 도적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빛과 흙과 바람과 물로부터 그 기운을 훔쳤으며, 나무와 풀과 곡식으로부터 그 살을 뺐었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아비와 어미로부터 그 도적질한 것을 받아 썼다."

스승의 말씀 [차를 마시고 마음은 내리고 <바꾸는 것과 고치는 것의 사이>]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