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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세계의 모양 야쿠시마란 섬이 있습니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의 배경이 되었고, 송일곤 감독의 영화 시간의 숲에서 두 주인공이 7200년 된 조몽 시대 삼나무를 찾아 나선 곳도 야쿠시마 섬입니다.

야쿠시마 섬에는 일본의 생태운동가 야마오 산세이가 들어가 살던 곳이기도 합니다. 야마오 산세이는 자신의 수필 다만 나팔꽃이 피어있을 뿐인데에서 나팔꽃을 서양에서는 아침의 영광이라는 뜻의 모닝 글로리아침 얼굴이라는 일본 이름 아사 가오를 비교하여 말하고 있습니다. 모닝 글로리는 말 그대로 아침에 보는 신의 빛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아침 얼굴이란 의미가 아침 영광에 비해 작은 느낌이라고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작은 말 같지만 사실은 두 말이 모두 같은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얼굴은 얼이 드러나는 곳이며, 빛은 우리 내부에서 얼이 드러나 스스로 알이 되어 안에 가득 차는 빛, 초월의 경험을 말하니까요. 또한 우리말의 나팔꽃은 무엇일까요.

고산지대에 사는 사람들이 커다란 나팔을 불듯 그리고 시원의 악기 중 하나가 나발이듯 나를 바깥으로 힘껏 드러내는 것이 소리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연주하는 악기가 사람의 몸입니다. 몸에서 좀 더 밖으로 확장하여 만든 도구인 악기가 나팔인 것입니다. 모두 자신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꽃은 씨앗이 자라서 나무가 되고 나무가 새로운 씨앗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현상입니다. 아무 것도 없는 단단한 가지에서 작은 움이 트고 그 움이 자라서 꽃이 피어 날 때, 다른 세계가 반짝 새롭게 열리는 모양입니다. 마치 나팔이 양쪽으로 또는 수없이 많은 방향으로 데칼코마니처럼, 눈에 보이는 차원을 넘어 보이지 않는 차원과 서로 마주하며 모래시계의 모양으로 무한소의 경계를 지나, 무한대로 세상을 향하여 벌리고 향을 날리는 에로스의 행위입니다. 또한 동시에 열려 나온 무한소를 향하여 들어가면 시간의 접점을 통과하여 보이지 않는 로고스의 세계를 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