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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사람의 마음이 초모룽마 였으면 전라북도 진안군 청소년수련관 방과 후 아카데미 이름은 데미샘학교입니다. 십 년 전에 이곳에 와서 수련관장과 약속한 것이 대안교육과정 기획과 직접 진행하는 자의식 탐구 프로그램 나만의 예술상상으로 소외된 아이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키자는 것이었습니다. 이 년 동안 진행하고 여주로 옮기기 전까지 나는 아이들을 보며 나를 보고 아이들 또한 나를 대하며 자신들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예술행위를 했습니다. 덕분에 서울과 강화에서 매 주마다 찾아갈 때 단 한 번도 지루한 줄 몰랐고 아이들도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오히려 돌아오는 고속버스 안에선 좀이 쑤신 적이 있습니다. 어제 올린 글 중 마지막 시편은 그 때 아이들을 만난 인연 덕분에 잠 속에서도 알아차릴 수 있었고 시도 그렇게 흘러나왔습니다.

 

소리를 내었다 - 숲 이후

 

 

달이 하현하며 소리를 내었다

숲에 다시 들기로 마음 돌려세우며

홀로 선 나무를 보네

너는 가을이란 새로운 입방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가 저 가을 안에서 벗을 허물을 키우는데,

달이 야위며 부푼 허물을 벗는

숲 속의 소리

 

 

그로부터 십 년이 지나 다시 이곳에 와서 시기는 다르지만 십 년 전의 아이들과 같은 아이들을 만납니다.

오늘은 서로 다른 실루엣 이미지를 붙이거나 해체하며 새로운 상상을 하는 아쌍블라쥬 시간입니다. 아이들의 가정환경은 십 년 전보다 나은데 나를 통해 보이지 않게 움직이는 낮도깨비가 아이들의 자아를 불편하게 합니다. 선가禪家 수행을 한다는 사람이, 오히려 불교 태초경 속의 중생이 라싸의 단맛에 취해 빛이었던 자신의 존재성을 잃어가듯, 타인의 기억에 취해 타인의 자아를 교란하고 자신은 도깨비가 되어 존재성을 잃어가는 욕망하는 도둑이 된 것입니다.

차를 한 잔씩 나눠 마시는 중에도 욕망하는 자의 의가 움직이면 부드럽고 감성이 풍부해야 할 아이들의 성품이 거칠어집니다. 오늘은 나도 순간 화를 냈다가 아이들의 마음을 모으기 위해 십 년 전 자신들처럼 아주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이 자라서 청년이 되어 만난 이야기를 합니다. 학습장애를 극복하고 청소년기를 지나 청년이 되어, 여수에서 충주까지 여덟 시간을 밤 운전으로 물고기를 실어다가 건강한 음식을 파는 형제가 있고, 알콜 중독에 시달리며 괴롭히던 아버지에 매이지 않고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한 아이와, 상상하기를 좋아하던 삼남매 이야기 등 •••.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와 차안에서 이런 이야기를 적어 올리는 것은, 차와 마음 살핌이 자아를 초월하는 것인데 오히려 반대로 끌어내려 자아에 갇히게 하는 세태가 너무도 한심해서 입니다.

티벳 신화를 보니 눈의 지붕이라는 의미의 히말라야가 있고, 그를 뚫고 가장 높이 솟아오른 에베레스트를 그들은 여신 '초모룽마'라고 부른답니다. 우리의 차와 예술로 상상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초모룽마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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