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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무덤

 

 

 한 줌 어두운 곳에 누군가 와서 앉았다

어두움이 소복이 내려 쌓인 무덤에서

내다보는 시선은 명암의 경계에서

꺾였다 펴지며 내게로 오고

나는 그를 맞으려 하네

 

가볍게 날아오르는 새의 무게를 잰다

새는 날아가고 남은 무게를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거리는 나의 손

생명선 아래 여린 떨림으로 부푸는

작은 심장위에 붉은 눈이 쌓이고,


나는 몰랐어 껍데기에 부딪힌게 더듬이었는지 날갯죽지였는지 지느러미였는지 잘려나갈 꼬리였는지 

나는 몰랐어 누에가 될지 달팽이가 될지 피라미 두꺼비 부엉이……… 하늘소가 될지


선회하기를

 

 

절룩이며 가는 나팔소리여 털북숭이 물고기여

홀로 남은 외눈이여 너의 입방체로 돌아가라

태초의 검은 주전자

 

갇힌 말벌일랑 날려 보낸 후 틈을 없애라

오로지 주둥이의 물구멍으로 새어드는

햇살과 공기를 받으며 소리 없는 울음으로 울어라

가득 찬 울음이 속껍질을 뚫고 벽을 녹이거든

돌콩도 고마리도 너와 너의 사라진 눈 그리고

비늘의 경계에 피어나리라

 

울지 말라 온갖 연정과 자괴는 스스로 개미들의 먹이가 되게 하라

단풍에 깃든 말들을 너를 향해 쏟아지고 정수리로 스며들어

울음 머금은 새하얀 눈으로 쌓이게 하라

 

쌓인 눈 속에서 푸른 손톱의 움을 틔우라

 

나는 그늘의 윤회를 믿는다 소리 없이 걷는 그늘을

서늘했다가 얼려버리는 지표를 밟는 발바닥을

돋았다 사라지는 지표의 소름을,

 

나는 움직이는 그늘 아래서 너를 맞이하리라

나는 그림자이므로 너의 눈에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어두운 녹색의 말을 걸겠다.

그리고 투명하게 ……